-모네의 거리-
실제 모네의 그림을 보면 무지무지 크다고 한다.
과장되게는 몇 층 건물크기만 하기도 하다고 한다.
인상파화가의 그림이 이미지만 가지고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을 보려면, 좀 멀리 떨어져서 봐야한다.
꽃이 꽃으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좀 떨어져서 봐야한다.
내 컴안에 저장되어 있는 모네의 그림을 슬라이드로 가끔 볼 때면 혼자서 그렇게 논다.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 뒤로
앞으로 뒤로 가면서 꽃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눈장난을 한다.
참 신기하게도 꽃이 생명을 가졌다가 그저 그림이다가 하는 것이 놀라울정도이다.
내가 심심하면 즐겨하는 놀이이다.
이 놀이를 하면서, 난 모네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언제나 모네하면 떠오르는 것이 거리이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거리에서 사물을 보아야만 사물의 진짜가 보이는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했다치자. 그럼 그 사람은 이미 내 머리속에 들어와 있다.
그럼 그 사람을 내 눈으로 볼 수 없다.
내 속에 들어와 버린 사람을 어떻게 나의 눈으로 볼 수 있겠는가?
이런 경우는 나의 경험임을 ......
난 사람을 만날 때 항상 경계한다.
일단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이렇게 맹세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사람의 진정성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항상....이런 것은 사람에게는 없다. 그저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진정성이나 항상심은 없더라도, 사람의 됨됨이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잠시를 만나는 인연이더라도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오늘 밥 한끼를 같이 먹은 사람이라도 그 인연이라면, 뭔가 내가 그에게 책임을 져야 할 어떤 범위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난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받아야 하는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
분명 그것은 크건 작건 간에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다음 사람을 만나는데 경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좀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시간이 걸리는 그런 문제점을 낳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넌 뭐가 그리 복잡하니?"
그럼 난 말한다.
"가까이 오지마. 그럼 널 볼 수 없으니까. 너가 안 보이니까."
그러고도 더 가까이 오면 정말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마구 엉켜버린다.
당연 무섭지.
그럼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다.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서, 볼 수 없어서 불안하니까 잘 모르겠으니까 차라리 멀리 도망가버린다.
난 모네의 거리를 좋아한다.
모네의 그림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보면, 참 아름다운 꽃이 피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드레스의 하늘거림을 볼 수 있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그런 아름다움이다. 그렇게 항상 주장하고 까탈스럽게 군다.
참 복잡하고 싫은 여자스따일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겠지.... 원인이 있었으니 그런 결과가 생겼겠지.
이렇게 주장한 내가 문제가 될 때가 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내가 다가갈 때도 있게 되는 경우다.
그럼 나에게 주문을 외우지. 모네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 모네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 그 거리의 안으로 들어가게 되기도 한다.
마구 엉켜버리는 것이다.
내가 걸어들어간 것이니, 내가 뒷걸음질을 쳐서 나와야 한다.
뒷걸음을 걷는다는 것은 뛰뚤뛰뚤 걷게 된다. 그럼 항상 불안하고 정갈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의도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가게 되기도 하고, 혹 운이 좋으면 방향을 잘 잡기도 한다.
얼른 뒤돌아 나와야 할 때이다.
세상은 참 살기 어려운 곳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고, 생긴 만큼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나도 거기에 한 몫을 한다.
그런 세상에서 하나의 꽃잎으로 살고 싶다.
하나의 꽃잎이 되어, 저 멀리 하늘에서 보면 한송이 꽃이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다르다고 힘들다고,
한 떨기 꽃잎조차 되는 것을 포기하기는 싫다.
바람에 일렁이는 연못의 한 줄기 물결이라도 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모네의 거리를 지키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네의 그림에 나오는 것들처럼
생명을 가지고 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런 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방어임을 인정한다.
이른 새벽잠에서 깨어 오늘은 모네의 그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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