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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이성복]음악

by 발비(發飛) 2005. 9. 1.

음악

 

이성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전철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무리 복잡한 전철 안이라도 오로지 혼자 일 수가 있다.

난 세상에서 혼자이고 싶을 때,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내 눈에서 보이는 것이 보고 싶지 않을 때 난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두 눈은 동그랗게 뜬 채 이어폰을 꽂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나만의 세상이 된다.

비좁은 전철안이든, 4차선 도로위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내가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난 나 혼자 있는 것이 된다.

 

시인의 말처럼

마침 나만의 공간은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내가 이어폰만 꽂으면, 언제나 준비되어있다

내가 굳이 이어폰을 빼놓고 세상속에서 헉헉거리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언제나처럼 이어폰을 끼고

 

이루마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캐니 지의 색스폰 연주를 들으며,

한영애가 부르는  behind time 사의 찬미나 황성옛터를 들으며,

부가킹스가 부르는 tic tac toc을 들으며

전인권이 부르는 새야를 들으며

 

난 이어폰을 이렇게 들으며 원하는 곳을 다닌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

항상 너무 멀리 가려다 헉헉거리며 다시 이어폰을 꽂고

그리곤 이어폰을 다시 내려놓고 헉헉거리며 가고, 또 이어폰을 꽂고

항상 이어폰을 다시 낄 것이면서 난 제자리걸음으로 헉헉!!!

 

이성복시인의 시가 좋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무릎을 치는 아하! 하는 맛은 없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 마치

어느 고요한 절간에 온 것처럼 내가 여기서 뭘 하는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 나 지금 뭘하는거지?

 

너, 지금 음악을 들을 때의 마음을 생각하고 있잖아

시인은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 자신의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데, 비오면...

그럼 내가 말할 차례잖아. 그래서 말하고 있잖아.

 

그의 시는 항상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든다.

차분하게 낮은 음성으로 ...

 

귀에 이어폰을 끼고 싶어진다.

무슨 노래를 들을까... 지금은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정도가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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