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 집에 이사를 왔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밥맛이지만, 그래도 사실, 난 모기가 없는 집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모기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지,
학교때 바닷가로 단체로 갔을 때 이후에 처음 느꼈었다.
모기가 인간생활을 정상적으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작년에 처음 했었다.
도무지 무엇을 할 수가 없었다.
모기때문에 집중도 할 수 없었고,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었다.
작년의 그 무더위 속에서도 난 문을 열지 않았다.
방충망이 부실하여 창문을 아예 닫았어야 했다.
친구가 참 독하다는 말을 했지만, 난 모기의 소리를 듣고도 견디는 친구가 더 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모기를 손바닥으로 연신 잡아대는 그 부지런함에 혀를 둘렀다.
올해 이 집에서 두번째의 여름을 맞는다.
내가 오늘 죽인 모기가 아마 6마리는 넘을 것이다.
모기에 물리면 물파스 바르고 모기가 어디있는지 찾는다.
모기를 발견하면 오직 손바닥으로 모기를 잡는다. 그리고 휴지로 쓱 닦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가 모기와 함께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작년에는 모기소리만 들어도 온 몸에 닭살이 돋았는데,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다.
에프킬라를 찾는다.
방금 그 생각을 하면서, 인생이 참 간단한 거구나.
적응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없구나 생각했다.
모기를 죽이면 빨간 피가 손에 맺힌다.
작년에는 그 피를 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징그럽고 무서웠다.
먹고 먹는 관계에 대해서 외면하고 싶었는데. 이제 웃기게도 모기는 일상이 되었다.
일상적인 것들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 밤에 현관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강으로 돌렸다.
모기는 가벼우니깐. 현관앞에 선풍기를 돌리면, 들어오려던 모기도 아마 날려가버리겠지 싶어서..
그러기를 .. 바라면서 선풍기의 강에 맞춘다.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모기가 감당이 되고 있다.
이런 나의 변화때문에 내 다리는 모기에 물린 자국이 낭자하지만,
난 그것이 이제 징그럽지는 않다. 발전인다. 앞으로 좀더 열악한 상황이 오더라도 견딜수 있을 것같은 희망처럼, 온 몸에 물린 모기자국이 좀 웃기고 좋다.
난 인간이고 인간은 언제나 적응하고 살기마련이다.
이제 모기와는 싸우지 않는다.
다만 내 눈에 보이는 모기를 없앨 뿐이다.
이제 모기를 혐오하지 않는다
다만 내 눈에 띄는 모기만 없애면 그 뿐이다.
대단한 인간의 적응력, 난 인간이다. 인간의 표본이다. 적응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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