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여느 토요일처럼 한산한 전철을 타고, (그러므로 쾌적한 공기다) 출근을 한다.
조용한 날의 출근길도 괜찮다.
누구나 삶의 가짓수가 있다.
단 한가지의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출근을 하면, 제본소여자로서 몸이 나의 모든 것이 된다.
이제는 굵어진 팔뚝으로 종이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몇 몇 기계의 바닥도 들여다보며,
그리고 소음을 들으며, 난 낮을 산다.
그 사이에는 되도록이면 나의 가슴이나 머리는 정지 시킨다.
일시정지.... 항상 버튼을 눌러놓아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컴앞으로 달려와야한다.
뜨거운 눈들을 헤치고, 사실 이것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퇴근 후 나는 다른 삶이다.
고흐의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그리고 가끔은 노자를 읽고, 그리고 또 시집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난 그러고 있는 나를 보면, 참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때로는 이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옮겨다니느라 멀미가 나는데, 다른 사람들도 멀미가 날 것이다.
그래서 얼른 내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가지 모두 나인 것은 사실이다. 둘 다 나이므로 둘 다 가지고 싶다.
그런데 어떤 즈음이면, 나의 퇴근후가 나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즈음은 제본소가 나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그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마치 생활계획표처럼 균형이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난 항상 치우친다
내가 만들어놓은 삶에서 난 공정하지 못하다.
고른 나를 생각하는 아침이다.
토요일 일찍 퇴근해서 청소해야겠다.
어제 못 다한 청소.... 그리고 영화를 봐야지. 감정의 사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주말...
아마 난 그것을 더 좋아하나보다.
아니 지금은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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