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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by 발비(發飛) 2005. 6. 11.
 
얼마전 [극장전]을 보면서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영화를 예술작품으로 생각한다면, 한 감독의 영화를 연달아 보고 싶은 것은
어떤 시인의 시를 좋아해서 시집을 사는 것과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난 그의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그의 생각들이 궁금했고, 그래서 시집을 사는 마음으로
그의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동숭아트센터에서 홍상수 감독전을 한다기에 오늘 같은 토요일이 두편을 연달아 보았다.
그의 시집을 보는 기분으로 그의 작품을 보았다.
확실히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방에 널린 단어들을 이미지들을 감독의 색깔로 맞추어 놓는 것.
감독만이 볼 수 있는 시선을 보여주는 것.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앞서 본 극장전이라는 영화가 마치 연작시처럼 연달아 떠올랐다.
 
 
 
 
 
 
-생활의 발견-
 
경수는 연극배우지만, 영화를 꿈꾼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이 출현하려고 하던 영화의 캐스팅 되는데 실패하자 선배가 살고 있는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 그 곳에서 선배가 좋아하는 명숙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어색한 시간때문에 한 키스는 서로에게 솔직하자는 말로 여관까지 간다. 솔직한 것, 감정에 솔직한 것으로 여관을 가지만 삶에 솔직한 경수는 사랑한다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고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춘천을 떠난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여자 명숙이 준 사진은 기차안의 낯선 사내에게 주고,,, 하룻밤이 사랑은 아니니까...그리고 기차안에서 선영을 만난다. 선영에게 호감을 가진 경수는 경주에서 내려서 선영의 집으로 몰래 뒤쫓아가고, 그들은 만만난다. 선영은 지방대교수의 부인이고, 지적이지만 무료해보인다. 선영은 경수가 중학교 때 따라갔던 여학생이다. 경수는 늦게서야 그런 선영을 알아보고 그들은 호텔로 간다. 하룻밤 후 선영이 집으로 가고 또 따라가고 또 따라가고... 선영과 점집에서 점을 보지만, 선영은 남편의 사주가 좋다는 데 기뻐하고 경수는 스님의 사주란다. 그리고 선영은 돌아오겠다던 선영은 돌아오지 않고 경수는 기다린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헌준과 문호가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술을 마신다. 술이 된 그들은 선화를 만나러 간다. 선화는 헌준의 애인이었다. 선화가 강간을 당한 사실을 알고 헌준은 선화를 떠나 미국으로 떠난다. 선화를 짝사랑하던 문호는 헌준이 떠난 선화와 사귀게 된다. 그리고 그도 선화를 떠났다. 말하자면 선화의 옛남자들이 선화를 보고 싶어한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헌준은 영화감독준비를 하고 있고, 문호는 대학교수의 꿈을 키우고 있으면서 옛여자를 만나고 싶어한다. 선화는 술집을 하고 있다. 그들은 만난다. 두 남자는 선화와 둘만의시간을 원한다, 선화는 두 남자를 오가면서 두 남자의 그리움을 달래준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이며, 현재이며, 현실로 돌아간다. 각자가. 아마 약간의 시간멀미야 하겠지만.
 
 
오늘 이 두 영화를 보면서 마치 옴니버스를 보는 듯 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닮아있다.
인간은 다르지 않다. 얼마나 가까이에 돋보기를 갖다대로 있느냐에 따라 누구는 보이고 누구는 보이지 않고의 차이가 아니겠나 싶었다.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 명숙. 선영
여자는 남자의 미래야에서의 헌준, 문호, 선화
 
나를 닮지 않은 인물은 하나도 없다.
보이게 따라서 정상적인 인물은 하나도 없는데, 그들 각각 있으면 그들은 정상적이라기보다 어느 한 구석에 정신상태가 몰려있는 모습인데. 그들을 모두 합해놓은 나는 마치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것 같은 행색을 하고 있으니, 이 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나의 속에 들어있는 나에 대해서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각각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다.
 
경수...
성공하지 못하지만, 성공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꿈을 버리지는 못하는 것, 자신에게 솔직하고 하고 싶은데로 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의 외톨이.
 
명숙...
억누를 수 없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한없이 드러내보이고 싶어하는, 자유로운 여자 하지만, 그 자유로움이나 적극성은 상대를 떠나게 하고
쉽게 자리를 내어 준 댓가로 빈자리만 차고 있게 된다. 빈자리만 수북이 쌓아놓는 삶
 
선영...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 마음보다는 계산이 빠른, 타협하는 결국은
그렇게 살 사람, 뜨겁고 열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안정되고 안락함이 항상 우선하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을 알 길이 없는 삶,
 
헌준...
사랑은 하는데, 사랑하는 것과 용납하는 것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도망가는 
그리고 끝없이 눈길이 돌아간다.
비겁한 것. 속 보이도록 비겁한 것. 감당 못할 사랑을 시작하고 지키는 것에 인색한,
그렇지만 지금보다는 과거의 아름다움에 적당히 빠지고  절대 돌아가지는 않는...
 
문호...
항상 뒷북. 누구의 그늘에서  떨어진 것을 먹고 사는. 한번도 앞서 걷지 않는 ,
그러면서 앞선 것을 꿈만 꾸는 ...
용기가 없는 하지만 욕망은 있는 책임도 지지 못할 욕망이 있는... 그늘사랑이 전문인 사람
 
선화...
백치미인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박애주의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녀에게 사랑은 단지 사랑일뿐이다. 그 순간의 사랑일뿐이다.
7년전이고 7년 뒤이고 상관없이 자신이 지금 사랑한다면 원망이나 감정전이 같은 것은 없다,
 그녀 앞에서 남자들은 쉰다, 그리고 떠난다. 그녀는 그런 남자 옆에서 자신이 쉰다,
그리고 떠나는 남자는 내버려둔다. 그녀는 그녀의 현재가 있으니까.
 
 
이 모든 인물들이 하나로 뭉쳐놓으면 나다.
나라는 인물은 이상한 인물의 합체이다.
한데 홍상수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우리 모든 인간들의 모습에서 공통적인 것을 본 것이 아닐까
예술가들은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인간을 보고 관찰하는 사람들이니까...
홍상수 감독이 그린 나는 그런 모습이다.
꿈과 현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안정과 불안,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그런 인간...
 
그의 영화에는 섹스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런 장면에서 익숙한 사람들은 한 명도 없다.
모두 낯선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다.
죽음을 이야기 할때마다 섹스는 하지말고 깨끗하게 죽자는 말을 한다.
그것도 영화마다 그렇게 말한다.
감독의 마음속의 무엇이 그런 대사를 만들었을까//
왜 항상 낯선이들이 나오고, 떳떳하지 못함으로 나오는 것일까
갈등구조라는 것이 꼭 낯설어야 가능한 것은 아닌데. 그의 등장인물들은 낯설다.
 
그는 항상 영화라는 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
영화 감독의 이야기이든 영화배우의 이야기든
그는 그를 항상 영화속에 넣는 것이 틀림없다.
감독은 감독 자신을 영화에 넣는 것으로 봐서 아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모르는 이야기를 하기를 겁내는 감독임에 틀림이없다.
런 것으로 봐서 그는 상상으로만 스토리를 만들지 않을텐데,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비슷한 대사들이 깔리는 지...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
 
사람이 되기는 힘들더라도 괴물은 되지말자...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더라도 괴물에 가까운데..
모든 인물의 합체인 나는 이미 괴물이 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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