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우리들은 가장 심원하고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고독합니다.
비록 단 한번의 운좋은 결말을 맺기 위해서도 사물과의 완전한 상호관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독.
고독은 ...
이런 것을 고독이라고 하는거구나.
어렸을때 고독은 시인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리고 괴팍스러운 화가만 고독한 줄
알았다.
그래서 고독은 사치품인 줄 알았다. 잘 난 사람들의 사치품인 줄 알았다.
누군가 나를 몰래 카메라로 찍고 있다면, 그 제목을 고독이라고 붙일 것
같다.
그리고 부제에 컴과 노는 여자... 그것도 오직 컴과 노는 여자.
이 말을 릴케의 편지에서 볼 땐 그냥 스쳤는데, 이렇게 흐음생각을 두드리면서
보니,
가슴이 에이는 말이다. 고독. 고독이 뭔가? 생각해보니, 이게 고독이다.
일하는 중에 난 종이만 쌓고 나르고, 그리고 퇴근 후에는 집으로 와서 컴, 그리고 잠깐
서점
한 달에 한 번 정도 친구와의 만남.... 일년에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고 몇 번이나
될까?
아마 세어도 될 것이다. 그런 만남... 그것도 내가 원하는 만남이 아닐 경우가 더욱
많겠지?
이런게 고독이라면 난 고독한거다.
그럼 어렸을때 생각한 고독과는 다른 것일까? 내가 사치를 부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직은 삶이 덜 절박한 모양이다.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다행이다.. 그래도
컴퓨터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다.
사물의 밑바닥을 추구하도록 하십시요. 아이러니가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보다 큰 것의
언저리에라도 근접하게 되거든, 보다 진지한 사물의 영향을 받게 되면 아이러니가 우연한 것일 경우에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며,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당신의 것이라면 보다 진진한 도구로 강화되어 당신의 예술을 이루는 데 쓰이는 한 가지 수단이 될
것입니다.
아이러니...아이러니를 만나면 반갑다. 그걸 나에게만 떨어지는
어떤 선택처럼 느껴진다.
아이러니는 특별한 것이니까, 아이러니가 사람이라면, 나에게 필연처럼 다가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상황이라면, 내게 뭔가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착각에 빠진다.
릴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러니는 나의 능력이 부족할 때 나를 변명하는 수단일 뿐이다,
만약 내게 단단한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아이러니는 나를 도와주는 보조자가 될
뿐이지,
지금처럼 아이러니에 나의 삶을 걸지는 않는 것이다. 릴케가 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말때문이다. 난 아이러니에 열광한다. 그리고 아이러니는 항상 나아 영원히 가지 못했다. 그건 릴케의 말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 된다. 아이러니는 나의 밑바닥까지는 도달할 수 없다.... 아이러니....
덴마크의 위대한 작가 옌스 페터 야콥센(1847-1885 소설가 시인)
야콥센의 <여섯개의 소설>이 수록된 책과 그의 장편 <닐스
리네>
이 사람에 대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내가 요즈음 생각하고 있는 릴케가 그토록 칭찬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찾았지만, 없었다. 적어도 검색창에는 없었다. 다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보내는 편지]라는 이 책에 언급한 부분이 모두 떠 있을
뿐이다.
청출어람이라고 해야하나.... 릴케는 야콥센이라는 덴마크 작가에게서 영향을 받고
열광했는데,
그는 지금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릴케는 살아있으니...
누구에게 배우고 얼마를 배우고 어떤 것을 배우는 것과 그 삶과는 다른
것인가보다.
정말 다른 것인가보다. 그리고 살았을때의 영광, 사후의 영광 , 이런 것도 다른
것인가보다.
다 다른 것인가보다.
그렇다면 신앙을 가진 사람
불교신자들은 과거의 밀린 숙제를 하느라 현세를 살아가고, 숙제가 끝나면 해탈. 극락왕생하게 되고,
카톨릭이나 기독교신자들은 지금의 삶이 영생이냐 지옥이냐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난 이상한 의문이 생긴다.
우리보다 앞선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작품으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다.
그럼 종교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심판은 어떻게 되는걸까? 모든 예술가 개인의 삶이 반드시 훌륭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나같았을 것 같은데...하지만 그들의 작품은 훌륭하다. 그럼 난 극락도 천당도 아닐 것 같은데, 그럼 그들은 어디있을까? 인류에
공헌했으니, 천당? 아니면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다르니까 다른 판결을 받았을까......
그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다음 세상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계산이 끝났으면 좋겠다.
당신의 사랑이 어떻든 이런 사랑은 수천배로 보상받을 것입니다
그 사랑은 당신의 생성의 피륙을 뚫으며 당신의 경험, 환멸, 환희의 모든 올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책을 사랑한 댓가로 수천배의 보상을 받는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난 많은
생각을 한다. 나의 속에 들어있는 경험과 환멸과 환희들과 만나 새로운 올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올들이
짜여지고 있는 것이고, 이 책이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내 속에 들어있는 어떤 실마리들을 릴케라는 시인을 통해서 나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몇
줄의 편지를 읽으며 난 수천배의 보상을 받는 것이다. 나의 속을 뚫고 나오는 생각들..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의 단상들은 내가 읽어냄으로
해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내 속의 수많은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보상인지... 릴케는 단호하다
ARTICLE
이탈리아의 피사 근교
비아렛지요에서(1)
1903년 4월 05일
우선 저를 용서해주셔야겠습니다. 2월 24일자의 댁의 편지에 이제야 감사를 드리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동안 계속 몸이 불편했습니다. 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유행성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나른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별의 별 수를 다 서도 달리 차도가 없기에 결국은 이 곳 남쪽의 바닷가를 찾아왔습니다. 전에도 이곳에서 한 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도 아직 완쾌되지가 않아서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몇 줄 되지 않는 편지지만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양해하여
주십시오.
물론 당신이 주시는 편지는 어느것이나 저를 기쁘게 한다는 사실을 아셔야만 합니다. 그러나
회답에 대해서만은 아량을 베풀어주십시오. 기대에 어긋나게 될 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응당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근본적으로 따져본다면
우리들은 가장 심원하고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고독합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충고를
하거나 도움을 주자면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만 합니다. 많은 일이 이룩되어 비록 단 한번의 운좋은
결말을 맺기 위해서도 사물과의 완전한 상호관계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가지는 아이러니입니다. 아이러니에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특히 창조력이 빈약할 순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창조력이 넘쳐흐를 때는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아이러니를
이용하도록 하십시오. 순수하게 사용하면 아이러니 또한 순수합니다. 그걸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그것과 너무나 친숙해지는 것
같거나, 아이러니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게 두렵거든 보다 위대하고 진지한 대상으로 눈을 돌리십시오. 그런 대상에 비하면 아이러니야 말로 보잘것없이
무력하게 될 것입니다. 사물의 밑바닥을 추구하도록 하십시요. 아이러니가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보다 큰 것의 언저리에라도 근접하게 되거든, 거기에서 얻은 견해가 당신 존재의 필연성에서 나온 것인지 즉시 살펴보십시오. 보다 진지한
사물의 영향을 받게 되면 아이러니가 우연한 것일 경우에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며,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 당신의 것이라면 보다 진진한
도구로 강화되어 당신의 예술을 이루는 데 쓰이는 한 가지 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두번째 것은 이런 것입니다.
저의 장서 중에서 무엇보다도 없어서는 안 될 것은 불과 몇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서
두가지는 어디를 가든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것입니다. 지금도 역시 저의 좌우에 놓여있습니다. 그것은 성서와 덴마크의 위대한 작가 옌스 페터 야콥센(1847-1885 소설가 시인)의 작품들입니다. 당신께서도 그의
작품을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책들을 구하기는 쉬울 겁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일부가 레크람판 세계문고로 훌륭하게 번역이 되어
출판되었기 대문입니다.
야콥센의 <여섯개의 소설>이 수록된 책과 그의 장편
<닐스 리네>를 구해서 첫째권 의 첫소설<모겐스>부터 읽기 시작하십시오. 한 세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행복과 부, 세계가 지닌 불가해한 것이 찾아듭니다. 잠시 동안 그 책들 속에서 살며 당신의 눈에 읽을 가치가
있어 보이는 그 곳에서 배우도록 하십시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그 책들을 사랑하도록 하십시오. 당신의 사랑이 어떻든 이런 사랑은 수천배로 보상받을 것입니다- 저는 그 점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당신의 생성의 피륙을 뚫으며 당신의 경험, 환멸, 환희의 모든 올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창조의 본질과 그 깊이나 영원에 대해 제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면 제가 알고 이는
두 분의 이름을 들어야 겠습니다. 한 분은 위떄하고 또 위대한 시인 야콥센이며, 또 한 분은 오늘날 살아 이는 모든 예술가 중에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입니다.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빌면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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