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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태풍이 지나갔다

by 발비(發飛) 2005. 5. 31.

아마도 태풍은 지나간 듯 하다.

그런 것 같다.

태풍이 오면, 태풍인 온 것 밖엔 생각나지 않는다.

태풍이 오면, 태풍을 피하는 것 밖엔 생각하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갔다.

사방에 바람이 쓸고 간 흔적들이 쌓여있다.

 

정리하지 않고 몸만 피하느라 늘어놓은 종이들..

풀들...

평소에 일이 익다고 하는 공장장님도, 어제 오늘은 정신이 없나보다.

그냥 배짱으로 두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사장님의 오랜 거래처의 분이 급하다고 너무 급하다고 하셔서 무리를 해서 일을 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거래나 오랜 계약관계는 태풍인지 알면서도 그냥 맞아들이는 듯 싶다.

오래된 관계는 그렇다.

 

오래된  사람들은 태풍임을 알더라도 맞아들인다...

 

그렇다.. 맞는 말이다.

내가 나에게 오늘 들려 준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오래된 사이라면, 태풍이든 지진이든 알면서 들어오라고 할 때가 있다.

오래된 사이가 아니라면 태풍일리도 지진일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된 것들에 대해서 열광한다.

오래된 것들을 갖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한다.

태풍을 안겨주는 것들인데...

태풍이 한차례 지난 뒤의 쨍한 햇빛.....

그리고 태풍이 가져다주는 굳은 살

같은 곳에 있는 흠집들...

 

사장님이 몰고 온 태풍은 아마 내일까지 복구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사방에 흩어진 것들을 치워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정신 없는 이틀이 지나고 나면, 우리 공장이 핑계김에 깨끗해지겠다.

일단 사방에 흩어진 파지부터 정리해야겠다.

그런데 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 많으면 파지처럼 보이지 않는다...

빨리 하는 일은 파지도 많이 나오게 한다.

적당히 있어야 파지같은데... 애들은 별로 읽어주고 싶지 않다.

 

너희들은 pass 다.

지나가라.... 태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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