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진이다.
아트지에 인쇄된 4도 화보.
가족사진이 보인다.
철대문앞에 앉아 있는 아들, 딸, 그리고 젊은 부모
배경은 아마 1970년대쯤으로 보인다.
꽤 잘사는 집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차림새가 그렇다.
흑백사진.
그리고 모두들 웃고 있다.
아마 그 사람들은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들이 되어있겠지.
사람들은 책을 만들때 꼭 가족사진을 넣는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가족사진을 넣는다.
현재의 모습보다는 오래된 가족사진을 넣는다.
지금 현재보다는 그때가 더 행복했었다고 믿는 것이다.
현재의 자신들을 보고는 웃지 않지만,
과거 어느 시간의 자신들을 보고는 시원하게 웃을 수 있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들도 이 책을 보는 순간
이 사진이 있는 부분에서 가장 오래도록 눈이 머무를 것이다.
난 그들의 눈이 머무를 사진을 내가 미리 오래도록 본다
생각한다
나도 그들도 오래전 그날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한 일이기를...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그들의 사진은 나의 가족사진으로 바껴보인다.
나의 가족사진으로
내가 이 곳에 가족 사진을 넣는다면, 난 어느 시점의 가족사진을 넣고 싶을까?
그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해 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어느 겨울 바닷가.
못난이 삼총사의 모습을 한 우리 남매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그 사진 속의 우리들은 참 달랐다.
사진을 떠올리며, 가장 너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가 못 마땅하다.
도대체 몇 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니....
싫다.
바로 어제 디카로 찍은 나의 사진이 나의 화보에 싣고 싶은 사진이라면 좋겠다.
현재가 내가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누구나 아닌가보다
이 책의 주인공도 현재를 원하지만, 오랜 과거의 사진을 실었듯이
누구나 시간에 바래도 닳아야지만,
그 시간이 빛나는가보다...
아주 오랜 훗날,
지금 이 순간이 닳고 닳아 바래지고 바래져서...
아주 먼 훗날에는 반짝이는 어느 날이 되기도 하겠지
그럴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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