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광장(廣場)
김규동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묵(寡默)한 묘지 사이사이
숨가쁜 Z기의 백선과
이동하는 계절 속
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燐光)의 조수에 밀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하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아름다운 영토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푸르른 활주로의 어느 지표에
화려한 희망은 피고 있는
것일까.
신도 기적도 이미
승천하여 버린 지 오랜 유역 -
그 어느 마지막 종점을 향하여 흰나비는
또 한 번
스스로의 신화와 더불어 대결하여 본다.
시는 시인이 무엇을 의도했건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나에게 광장은 최인훈의 광장이며, 나비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나비이다.
시인의 시에서 나의 두가지 추억들이 만난다.
그 만남이 절박하여 가슴이 펄떡인다
나비가 있어야 할 곳은 물이 있는 곳인데,
뜨거운 광장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날개를 파닥거리고 파닥거리다 이제 바삭거릴텐데.
모두가 가버리고 없는 광장에 혼자 남아 파닥거리고 있다....
광장을 활주로 삼아 비행하는 나비
광장너머에 무엇이 있나....
제 몸 편히 쉴만한 웅덩이라도 시원한 계곡이라도 있나?
광장 너머 네 한 몸 기댈데 찾아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으면 신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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