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좋은 것이 있다고...
이 빈 공장에 나와있을까?
오늘은 우리 제본소가 한 달에 한 번 쉬는 셋째주 토요일이다.
다른 좋은 데는 주5일제 근무한다는 ...
그 소리에 공장장님과 김이 사장님께 강력히 강력히 주장해서 얻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토요일인데도 쉬는 날이다.
그런데 나?
나도 쉬는 날이지...
제본소 여자가 제본소가 돌아가지 않는데, 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지만 나?
제본소로 터덜터덜 나왔다.
아침에 눈을 뜨자 어떻게 할까 ? 갈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기어나왔다.(기어나왔다고 말하고 싶다)
기계들이 끊임없이 돌아가던 공간에 있으면,
그 정적은 거의 절대정적이 된다.
내 귀는 적당히 기계음에 절어있어, 일정 소음은 소음이 아니라 정적으로 느껴진다.
지금처럼 공장 가운데 앉아있으면,
난 마치 어느 깊숙한 산 속 동굴에 있는 듯
습기가 촉촉히 배어있어 바스락거림도 없는 순수 정적 그 자체이기만 한 곳이 된다.
지금의 이 조용함이 그렇다.
어느 산속에 있는 듯한 딱 그 느낌이다.
빈 자리들
사장님 자리도 비었고, 공장장님 자리도 비었고, 김의 자리도 비었다
그 빈자리에 그들의 기운만 남아 왔다갔다 한다
귀신이 아니라 기운이다...
기운은 그 사람이 생각나게 만든다. 없는 사람인데도 그 자리가 비어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없는 것과 비어있는 것은 다르니까
비어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자리는 아직도 그 곳에 그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일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가정에서 그들의 비었던 자리에 들어앉아 있곘지.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지금 비어있는 그들의 자리로 들어오겠지.
마치 블럭들처럼... 그렇게 비어있는 자기의 자리를 오가면서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
나도 그 사람들 옆에 있다.
하나 하나의 블럭들이 빈틈없이 메워지면 제본소가 되는 것이다.
기운들만 모여 있는 제본소, 건물이 있는 제본소.
이 둘이 합해지면 온전한 제본소가 되는 것이지..
그들도 나도 모두 소중한 사람이 된다.
비어있는 토요일 오전의 제본소이다.
난 이렇게 주절거리면 있다가 인사동으로 놀러나갈거다...
또 다른 내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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