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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만남

by 발비(發飛) 2005. 5. 20.

만남은 곧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만남

그건 타이밍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매일 보는 아저씨가 계신다. 아마 환갑은 지나신 듯 하다.

아랫건물 관리하시는 분이다.

1년도 넘게 매일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냥 몰랐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이 마주치지 않았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을 마주칠 수 없으니까

그 다음에는 눈이 마주치면 안되니까

그 다음에는 그냥 쌀쌀맞은 여자로 남자 그러면서...

그렇게 1년 하고도 몇 달을 매일 지나쳤었다.

그 어색한 만남이 부담스러워 돌아서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지 않는데, 미리 인사를 하기엔 난 좀 낯을 가린다.

돌아서 지나다니면서 웃긴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번 인사를 하면 될 것을 ,,, 그걸 못해서, 바보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또 마주쳤다. 일단 눈을 아래로 깐다. 그리고 걸음이 빨라진다. 항상 괴롭다.

그 분이 이 번뇌에서 나를 탈출시켰다.

 

"???제본소에 근무하세요?"

"네"

"지난 번에 누가 ???제본소를 찾는데,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요. ???이 맞나요?"

"네, 근데요... 제가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니, 난 그냥  제본소 이름을 잘 몰라서요."

"네~ 수고하세요."

 

오늘로서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은 평화로울 것이다.

난 이제 그 아저씨와 인사를 했고, 이제 또 열심히 인사를 하면서 다니면 된다.

타이밍이었다

처음 그 분과 만났을 때 타이밍만 좋았더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어색한 스침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긴 나도 바보다.

그냥 인사하면 될 것을... 왜 그런 걸 못하는지..

 

만남은 타이밍이다.

사는데 짐 하나를 덜어 낸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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