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할까?
우선 이렇게 말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을 믿으라고...
여러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 사람들의 말을 믿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이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좀 정숙한 말을 사용하고 싶지만, 참을 수 없으므로..
돈이 아까워서... 실례하겠습니다.
(정말 골때리는 영화더군요... 한마디로 골때립니다.)
평소의 흐음버전이 아니므로 묶어두기로 하지요..
그럼 열받더라도 흥분하지 말고, 왜 열받았는지에 대해 차분히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왜 이 영화가 망가졌는지.
맘대로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맘대로니까 스토리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스토리가 없는 듯 싶으니까.. 심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하나씩..
첫째. 배우가 아까웠다
우린 책을 사거나, 옷을 사거나, 음식을 먹거나, 그렇게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의 기준을 생각합니다. 유명한 것들, 소위 메이커가 있는 것들은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나 재제로 옷이나 음식, 책을 만든다고 해서 만든 사람이 능력이 딸린다면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새로 작업을 하는 감독이 듣는다면 열받겠지만,
그리고 저 또한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음식을 담고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아마 이 감독도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만들었을때는 꽤나 이름을 날렸을 겁니다.
하지만, 너무 크게 잡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또 나를 생각했습니다.
나의 그릇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이 이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 그릇이 아닌데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리고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벌써 따 먹으려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오늘 나처럼 영화를 보자 속이 미슥거리고 멀미가 나려고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있지는 않은지, 나의 크기에 대해서도 궁리해야겠습니다.
둘째,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각본을 감독이 썼다는데, 그리고 그가 하려고 한 말은 처음 5분에 다 나왔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므로 계속 같은 말을 합니다.
영화는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이나 글로는 그릴 수 없는 어떤 상황을 눈빛을 그리고 색깔을 영화가 보여주기 때문에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남극일기]에서는 배우들이 모든 것을 친절하게도 다 말해줍니다. 모두 말해줍니다.
복선따위는 있지도 않고 모두 말로 다 합니다. 그것도 같은 말을... 아마 감독이 자신의 각본을
소트해서 본다면, 아마 같은 말을 스무번은 더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또 나를 생각했습니다
나도 참 많은 말을 합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말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 단순히 수다스러움이 아니라, 말은 절대신뢰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 행동이나 상황에 비해 말이라는 것이 참 짜증스럽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말은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그것도 강요된 말들은 특히... 뭐 어쩌라고 하는 억하심정이 생기게 할 듯 했습니다. 나도 만만치 않은데...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영화가 나인듯 싶어 더 화가 났을 것입니다. 멀미도...
셋째. 멋진 컷들의 집합
이미지가 멋있었습니다, 포스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멋있습니다. 그리고 시원합니다. 배우들의 표정들도 압권입니다. 한 컷. 한 컷. 모두 압권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가 정신없는 요즈음 쨍하게 차가운 맛을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포스터가 그럴 것 같았거든요..하지만 한 컷 한 컷은 멋진데, 그 장면들이 조합이 되면 감동이 없었습니다.
멋진 사진전을 했더라면 그 감동이 더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경도 일등, 배우도 일등, 장비 또한 일등, 그런데 그것들이 만났는데 일등이 아니었습니다. 모래알처럼 다 흩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또 나를 생각했습니다
여러 곳에 레이다를 꽂아두고 삽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결국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되고 말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가지만 잘 하는 것이 최고로 잘하는 것일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서 지울 수 있는 부분들을 지우고 가장 소중히 생각되는 부분을 찾아야겠습니다
넷째, 개봉관과 동숭아트센터
전 개봉관을 잘 가지 않았습니다. 별 재미를 못 봤거든요,, 터미널 이후로 처음 간 개봉관이었습니다. 소위 헐리우드성 영화들... 다시 한 번 실망하고 왔습니다. 오늘도 평일인데도 극장은 꽉 찼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숭아트센터나 서울아트시네마... 제가 주로 이용하는 동숭아트안의 하이퍼텍나다는 평일엔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섯명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긴 숨을 쉬는 것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의 긴장감을 풉니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지요..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에는 감독의 숨소리도, 배우의 숨소리도 관객의 숨소리도 들립니다.
그래서 저도 숨을 참아야 합니다. 서로의 숨소리에 놀랠까봐.. 그러다보면 모든 것을 잊게 됩니다. 대학로에 새로 생긴 무지 큰 "플래티움"을 나오면서 '내사랑 동숭아트"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또 나를 생각했습니다
무지 크고 멋진 플래티움과 동숭아트안의 하이퍼텍나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있을거라면, 난 하이퍼텍나다같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요즈음 욕심을 좀 부리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조용한 그렇지만
지금처럼 나를 좋아하는 친구와 몇 몇의 사람들과 소박하게 어울려 사는 삶의 고마움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행복임을 욕심부리고 싶은 마음을 눌러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바른생활버전인가요?
정말 중간에 나오고 싶은 것을 참았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지금도 멀미기운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맘대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라면 오늘도 보람있는 하루가 된 거겠지요?
디저트....
지하3층에 있는 제 1관에서 봤거든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하3층인데 뭐" 그러면서 계단으로 걸어 올랐거든요.
근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었습니다.
몇몇 사람이 같이 올라갔는데, 모두 기가 막혀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웃었습니다.
오리무중 [남극일기]를 본 다음에 올라가는 끝없는 계단...마치 크레바스 같더군요.
크레바스를 올라가는 기분... 좀 서늘했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극장의 한 층은 무지 높잖아요.. 그걸 계산하지 못한 바보...
걸어올라오니 다리가 덜덜... 아마 10층쯤은 걸었던 것 같았습니다.
크레바스... 그 자체였습니다.
이상으로 정말 [맘대로보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에게 쬐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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