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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다시 친구에게

by 발비(發飛) 2005. 5. 9.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좋을까?

무지 나를 사랑할 것 같다.

난 이쁜 짓을 너무 많이 하니까, 아마 내가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몸서리를 칠 것 같다.

내 친구들은 나를 가져서 얼마나 좋을까?

내 친구들이 나를 가져서 무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거라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곳에 방문이 닳도록 드나들며,

나를 만난다.

우린 전화를 별로 하지 않지만,

내 플래닛은 전화보다도 더 살갑다.

나니까...

친구들은 내가 얼마나 이쁠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찾아갈 친구가 있어서.

난 매일 아무때나 친구들을 맞는다.

난  무지 솔직한 친구잖아.

친구들은 나를 모두 꿰뚫고 앉아서

내가 쓴 한 줄의 글에 그 행간을 읽고서.

행간이 뚝 떨어진 답글로 나를 안심시킨다.

내 친구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예쁜 친구가 있어서...

난 내 친구들의 이쁜 친구가 되어, 매일 자판을 두드린다.

내 등 뒤에는 항상 친구가 있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판위를 날고 있는 내 손가락은

차라리 내 친구의 손이다.

내 친구가 저 멀리서 내 손가락을 움직여

한 줄 한 줄 모아준다.

 

난 아마 허공에서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상에서 두 동아줄이 하늘로 거꾸로 올라와

나에게 줄을 준다.

땅에 발을 딛고 살아라고 쉼없이 동아줄을 허공으로

올려 보내준다.

때로 나는 그 줄을  못 본 척 하고 허공에 떠돌때도 있지만,

목이 빠져라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친구를 보면,

난 착하게도 허공에서의 흔들림을 뒤로하고

동아줄을 타고 땅으로 내려온다

친구는 두 팔을 크게 벌려 나를 받아준다.

안착이다.

난 매일 그렇게 허공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지치지도 않고 , 난 올라가고

친구들은 나를 내려준다

발을 땅에 두어야 한다고...

친구들은 내가 이쁠거다..

난 매일 친구가 올려준 동아줄을 타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안심하게 난 이렇게 땅에 내려와

주위를 살피면서 이렇게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까

그럼 친구들은 내가 두드린 이 주절거림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읽어준다.

그리고 그 흔적은 곳곳에 묻어있다.

난 신들린 여자처럼

친구들이 답글을 남기지 않은 곳까지 난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선 신이 내린것 같기도 하다

난 친구들이 지난간 자리에는 항상 다시 가본다

그리고 다시 읽어본다.

친구가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은 내가 참 이쁠것이다.

나이를 한 살씩 매년 먹어가는데

영원히 철 안들고 있는 친구를 둬서 무지 좋을 것이다.

나를 만나는 순간은 친구들도 나의 정신연령으로 내려오니까

 

방금 보들레르를 다 읽었다.

참 천천히도 읽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긴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생각났다.

원초적 정서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보들레르...

그에겐 친구가 없었다.

동업자라든가 그가 친구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는 없다.

그는 방치되었다.

난 방치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난 방치되지 않는다.

아무리 이상한 일이 생기더라도,

난 돌아갈 지축같은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참 좋을 것이다.

내가 있어서...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그러니까 내 친구들은 참 좋을 것이다.

이렇게 낯 뜨거운 애정표현을 하는 친구를 가졌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철없는 친구를 가졌으니까

내 친구는 나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을 것이다.

 

맞냐?

난 이런 이야기를 해도 왜 하나도 안 이상하지?

원래 이상해야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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