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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에쥬케이터The Edukators

by 발비(發飛) 2005. 5. 9.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나의 공식은 맞아떨어진다.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생각이 복잡하면 난 영락없이 어느새 극장에 앉아있다.

마침 좋은 영화가 연달아 상영한다니, 무지 운이 좋은 편이다.

 

[굿바이 레닌]이후 처음 보는 독일 영화다.

[독일, 어머니]가 세계대전 중의 독일이라면, [굿바이 레닌]은 동서독이 통일될 때의 독일,

그리고 [에쥬케이션]은 소위 70년대생들의 독일이다.

그러고보니, 시대별 영화를 본 셈이다.

독일 영화의 장점은 (이건 순전히 멋대로) 단순...그리고 선명이다.

지나친 복선도 실험도, 내가 본 영화는 그렇다. 게르만인들을 닮았다.

 

[예쥬케이션]

얀, 피터, 그리고 율.

세 사람의 이야기다.

얀과 피터는 혁명을 꿈꾼다,혁명이 끝난 시대에 혁명을 꿈꾼다.

그들이 행동양식

부의 재분배가 되지 않는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래서 부를 독점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부의 기득권자의 리스트를 가지고, 한 집씩을 관찰해 집을 비운 사이 침입한다.

그리고 가구들과 집기들을 재배치한다. 그들이 꼴리는데로.

사진은 냉동실에. 인형은 인형의 등뒤에, 의자는 실험예술의 탑처럼...

그런 뒤 메모를 남긴다.

“당신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라거나 “풍요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식의 메시지를 남겨둔다.

피터의 여자친구 율..

율은 죽어라고 일을 한다. 그러나 빚은 점점 늘어간다.

1년전 우연히 벤츠와의 교통사고를 내고 벤츠값을 물어줘야 하니까,, 죽도록 벌어도 몇 십년은 벌어야

벤츠의 값을 물어줄 수 있다.

피터가 없는 사이, 얀과 율은, 벤츠의 주인인 하르덴베르크?의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에쥬케이션식 보복을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율은 핸드폰을 두고 나오고,

핸드폰을 찾기 위해 다시 들어간 집에서 하르덴베르크와 부딪히게 되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납치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산 속..

이제 넷의 동거.

피터는 윤과 얀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하르덴베르크는 자신이 60년대에 깊이 관여했던 혁명클럽시절을 회고한다.

자신이 열광했던 혁명과 그리고 타협해서 살아가는 지금의 삶,그들 넷은 갈등하고 다치고 방황한다.

며칠동안, 하지만 복귀

하르덴베르크는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며, 벤츠에 대한 부채를 없애준다.

그리고 얀 피터 율은 변하지 않는 혁명가도 있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여전히 몰래 사회를 휘젓고 다닌다. 아마도 하르데베르크는 그들의 후견인이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를 끝난다.

영화의 전반에 깔리는 음악은 경쾌하고도 단조롭다.

그리고 영화속에 끼어든 삶의 모습은 재미있다. 참 많이 웃으면서 보았다.

싱그러운 웃음이다.

마치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청춘을 보았을때의 신선한 바람처럼

[에쥬케이션]에서도 신선한 바람이 있었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가진 젊음,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무모한 정열.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

 

영화가 끝나자 내가 아는 두 명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근데 두 명 다 전화를 씹었다. 

좋은 것을 보면 나누고 싶은데... 그것도 나의 혁명사업인데 실패다.

좋은 영화 한 편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만든다...

체게바라의 티셔츠는 남대문에 흐드러지고 널려있고,

체게바라평전은 베스트셀러다.

입고 읽는 사람이 많다.... 뭔가 이상하다. 얀, 피터, 율 그들은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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