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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노희경이 표민수에게

by 발비(發飛) 2015. 9. 15.



그날, 술도 잘 못하는 우리들은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려 여섯 시간 동안이나 말입니다.


그때 나눈 이야기들은 그대로 에이즈 환자의

사랑과 상처를 그린

<아직은 사랑할 시간>이라는 단막극이 되었지요.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앉은 자리에서 대본 하나를 다 써낸 겁니다.

 
그때 당신이 내게 물었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을 때 아내는 그 남편과 잘까요?


그 질문은 너무 무겁고 또 너무 새로워서

나를 긴장시켰습니다.

다음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갔으면 좋겠냐는 질문 대신,

계속해서 ‘당신이라면’으로 시작되는 것들을 물어댔죠.


대답을 하고 나면 다시 ‘왜’라는 질문이 돌아오고,

그런 식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잇고 또 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잘 끼운 첫 단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부터,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까’보다

간은 뭐고 사랑은 뭘까’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눠온 것 말이에요.


http://blog.naver.com/noh_writer/220479582399



노희경작가가 표민수피디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 글이다. 

방송작가 중에 가장 휴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 노희경 작가의 말


'인간은 뭐고, 사랑은 뭘까'


모든 이야기의 화두일 것이다. 

드라마이면서 문학이라고 불리는 소설보다 울림이 큰 그의 이야기, 화두가 그랬었구나. 


나도 근래에 이 비슷한 생각들을 꽤 했었다. 

요즘 한창 텍스트계에 대세가 되고 있는 웹소설, 그 중에서도 로맨스소설을 읽으면서 말이다.

로맨스 소설, 재작년?인가 대 히트를 쳤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소설을 근래에 엄청 읽으면서 

인간은 뭐고 사랑은 뭘까?를 생각했었다. 

일 때문에 읽긴 했지만, 

지겹도록 사랑을 나누는 인간을 보면서 대체 인간은 뭐지? 사랑은 뭐지? 

같은 질문인데, 노희경작가의 질문과 나의 질문의 근원은 다르다. 


고상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를 떠올린 것은 아니다. 

다만,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피디가 나눈 대화 중 인간에 대한 질문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을 때 아내는 그 남편과 잘까요?

라는 질문에 이어진 물음에 이어진 인간은 뭐고 사랑은 뭘까?

미친 년놈들처럼(?) 서로 엉키키만 하는 로맨스소설 속의 남자와 여자, 인간을 보면서 떠오른 질문, 인간은 뭐고 사랑은 뭘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로맨스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우리의 삶과 욕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처음 로맨스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 독자가 엄청나게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500만명의 독자가 서점에서 사라졌다. 

모두 사라진 줄 알았던 인간들이 난장이가 되어 지하세계에서 로맨스소설을 읽고 있더라. 몰랐다!"


나는 내가 해 놓은 말에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감탄했었다. 

지금은 다시 물음표이다. 


난장이일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인간은 어떻게 될까? 

머리에서 맴맴 돌던 질문이 노희경 작가의 질문에 꽂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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