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역에서 2킬로미터쯤 더 들어가서 있는 농원 옆 비닐하우스에는
동공예를 하고 있는 남자 한 명과 철공예를 하고 있는 남자 한 명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둘 곁에는 심바라는 커다랗고 멋진 개가 한 마리 있다.
몇 주전 친척 동생이 밑도 끝도 없이 동으로 만든 컵과 공방 사진을 보내왔다.
나랑 승은이라 이 컵을 보면서 언니 생각을 동시에 했어.
그래. 멋지다. 나 이거 배울래.
내가 꽂힌 것은 아름다운 모습의 구리로 만든 적동 컵이기도 했지만,
함께 보내온 작업 책상위에 흩어진 듯 놓여있는 언뜻 보기에도 스무개쯤은 되어 보이는 망치들 때문이었다.
망치는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달랐다.
망치 자루의 크기와 모양도 모두 달랐다.
저 망치를 두드려서 컵을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걸 하고 싶었다.
몇 번을 두드리면, 컵이 될까?
목탁을 두드리듯 망치를 두드리고 싶었다.
어제 그곳에 가서 망치들을 실제로 보았다.
정신없이 망치를 보느라 사진을 찍는 것을 잊어버렸다.
망치는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많았다.
망치를 손으로 일일이 만져보았다.
머리는 차고, 자루는 따듯햇다.
망치 머리에는 구멍이 있고, 구멍에는 나무자루가 끼어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에 혹은 둘 혹은 세개의 못이 박혀있었다.
이 못을 나무에 박아서 부피를 늘여 망치자루가 빠지지 않게 한 것일거야.
오호 그럴 듯 한데, 그런 것 같아.
못을 한 두개 이상 씩 몸에 박고 있는 모습은 사람 모습 같기도 하고,
이 작업실 동공예 작가가 예수 대신 못을 구부려 예수를 형상화한 십자고상의 예수의 모습 같기도 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받았다.
망치 머리에 박힌 못들의 오돌토돌한 것을 느끼며,
손끝을 아래로 천천히 쓸었다.
차가운 쇳덩이 망치머리를 지나, 따듯한 나무결을 지나, 작가가 자신의 손에 맞춰 감아놓은 천테이프, 닳고 달아 천인지, 나무인지, 종이인지
그 색과 근원이 불분명한 두덩을 지나 허공으로 떨어진 손끝에 저릿함이 밀려왔다.
너무 다른 것들이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는 손끝에서 하나로 엉킨다.
온도가 섞이고 있었다. 이것들을 계속 만지고 싶었다.
중간 크기의 망치를 꺼내 들어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무게에 손목이 휘청거렸다.
한쪽에 무게가 쏠린다는 것, 무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손과 손목과 팔꿈치에 힘을 주자 망치가 바닥과 평행하게 들렸다.
그 상태로 무엇인가를 두드리겠지?
언제나 망치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나무 손잡이를 꽉 잡고, 균형을 맞추고 있겠지.
그리고 쇠보다는 무르고, 납도다는 단단하다는 구리를 반나절 두드리겠지. 얇게 만들고, 돌돌 말아서 두게를 만들겠지.
연해서 쉽게 부식되기도 하고, 쉽게 색이 변한다는 구리.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만들지 너무 분명한 분이 작업을 해 놓으신 것을 보면, 티가 나요. 별로예요.
그냥 구리의 성질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건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경험으로 느껴지는 건데... "
돌아오는 길에 함께 간 동생에게 물었다.
나는 다음 주에 그곳에 다시 가게 될까?
그 동생이 알리가 없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그곳에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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