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둔탁한 소리와 함께 쨍그랑...
아버지가 들고 있던 컵을 식탁 위에 내리친 모양이다. 컵은 식탁유리와 부딪치며 산산조각으로 깨지며, 거실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마치 이 일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일처럼 깨진 컵 조각들을 주웠다. 큰 유리조각 몇 개가 거실 바닥을 긁었는지 흉을 만들었고, 작은 조각들이 손바닥을 찔러 점점 따끔거려왔다. 나는 뭐라도 할 일이 있어 좋았다. 그저 유리조각들을 줍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는 아버지보다 더 많이 화가 났고, 깨진 컵 조각을 줍고 있는 나를 보자 아버지도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버지와 그 사이에 오가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책 제목들을 말했고, 난 그 책들을 기억해보려다 유리조각에 검지가 베였다. 빨간 피가 뚝뚝 흘렀다. 둘 다 그걸 보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와 그가 나를 보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의식, 나는 소리치고 있는 두 사람을 의식하면서 계속 피가 나는 검지를 감아쥔 채로 바닥에 앉아 계속 유리조각을 주웠다. 그는 나를 향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넌 미쳤어! 그는 나를 향해 증오에 찬 소리로 말했다.
아침 햇빛은 거실을 지나 식탁유리까지 길게 뻗었다. 길게 금이 간 식탁 유리에 햇빛이 두 길로 갈라져 면마다 조금 다른 빛으로 반짝인다. 나는 검지손가락 끝에 있는 흉터를 만진다. 식탁유리의 긴 금도, 검지의 감각없는 흉터도 그 때 그 일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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