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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대로 小說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by 발비(發飛) 2013. 9. 9.

 

조세희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을 네루다의 질문으로 시작해본다.

 

볼리비아에서는 왜

게바리의 밤 뒤에 새벽이 아닐까?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34번 중에서 2

 

 

 

80p!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80쪽은 가까운 서해바다와 닮았다.

 

얕고, 탁하고, 많은 것들이 바닥을 기고 있고, 대부분 작은 것들이고,

크지 않은 배들이 가끔은 나가고, 아님 떠있고, 얹혀있고,

저 먼데 바다는 멀기만하고, 때가 맞아야 언감생심....이다.

 

오래전에 읽은 터라 이젠 이미지로밖에 남아있지 않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감명깊에 읽은 것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모조리 기억하고 인용도 잘 하던데,

 

 

-잠시 딴 소리-

 

나의 뇌는 정말 최악이다.

뇌의 기억장치가 이렇게도 무능하다니 살아가는 것이 가끔 희한하고 가끔 대견하고, 더 많이 가끔 절망적이다.

기억하고 싶다.

오래 된 것들을 생생히 불러오고 싶다.

...

마치 지금처럼 오래된 것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미 부패를 시작한 생고등어가 눈만 싱싱한 꼴인가?

그걸 어디다 써먹지?

살았고 해야 하나? 죽었다고 해야하나?

포기해야 하나? 희망을 가져야 하나?

 

하지만,

내가 봤던 것, 읽었던 것들은 기억하고 싶다.

모든 것을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한다.

대단한 무엇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답답할 뿐...나의 뇌 저장장치!

 

-잠시 딴 소리 끝-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사람들은 옳게 보았다.아버지는 난장이였다.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 p.80

 

그러므로 보이는 것만 봐야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해석은 필요치 않다. 평론은 사라져야 한다. 상대에게는 어떤 말도 해 줄 필요가 없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각자 저만의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내가 주체인 일기만 필요할 뿐이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식구의 모든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 p.80

 

무심덤덤했던, 일본영화 2004 <아무도 모른다>

그런 것이지. 가장 끔찍한 것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일들이지.

가장 잔혹한 것들 또한 그들만의 그들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

아무도 몰래... 발라버린 가장 끔찍한 일들. 목숨이 사라져가는 일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 p.80

 

<꼬리를 무는... 인용>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나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 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옛 예언자들도 너희에 앞서 같은 박해를 받았다. --- 신약 마태복음 5:3~12

 

말이 돼? 어제 이상득의원이 출소를 했다. 이렇게 저녁 기도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구토를 느꼈다.  

이런 지독한 성경의 말들 때문에 나는 신을 거부한다.

언제? 언제 가난한 자가 천국을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천국을 생각하는가?

한번도 없었다고 단언코 이야기한다.

혁명의 날... 딱 하루 중 몇 시간!이 한 번이라도...라고 말한다면... 그것이라도 인정해야 한다면....

....꺼져!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그래. 죽여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143p

 

 

세상은 바뀌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6년에 발표되었다고 하고, 나는 이 책을 80년대 후반에 읽었다. 

70년대 나는 한 대문 안에 일곱집이 사는 집에 살았었고, 전화는 10분거리 엄마사촌오빠네 집에 있었다.

80년대 유류파동으로 2층이 올라가지 못한 양옥집에서 살았었고, 6757로 끝나는 아이보리색 전화가 거실에 있었다

지금은 와이파이에 lte에... 세상도 한 눈에, 데이터도 맘대로 주고 받은, 세상에 모를 일이 하나도 없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첫 문장에 팔팔거린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느 날 읽었던 <난쏘공>

어느 저자의 원고에 인용된 <난쏘공>의 첫문장을 읽다가... 한 단락을 찾아읽다가...

몇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구절에서는 분노가 인다.  

생각이 서해로 꼬리를 물었다.

 


나 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 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거지?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44번 전문

 

다시 네루다의 질문으로 마무리! 네루다는 질문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조차 하지 못한 대답을 공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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