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9. 저녁 7시 30분
봄이라는데 제법 찬 날씨였고, 봄이라서 오랜만에 스커트를 입어 덜덜 떨며 명동으로 허겁지겁.
어느 남고에서 단체관람을 왔다고 했는데, 바로 옆에 그들이다.
난 뮤지컬은 한 번 봤는데, 이건 처음이야. 그냥 영화나 보지....라고 뒷자리에 있는 아이가 투덜거리면 그의 친구에게 말한다.
시끄럽겠군...생각했다.
사람들은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시적이라고 말한다.
시적인 것은 가장 원초적인 고백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맥베스에게 욕망을 일으키게 한 마녀들이 마치 후렴구처럼 읊는 대사이다.
맥베스는 나가는 전쟁마다 승전보를 울리는 멋진, 말하자면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마녀의 왕이 될 것이라는 한마디 예언을 듣고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또한 친구인 벵쿠오에게 왕의 조상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함께 듣고 불안에게도 사로잡힌다.
마녀의 예언을 그의 아내에게 전달되고, 그의 아내는 그보다 더한 욕망에 사로잡혀
갈등하는 멕베스를 부추긴다.
"인정이라는 유약함이 너무도 가득 차 있어요.
운명과 초자연적이 도움이 당신에게 씌우려는 왕관을 갖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면 제 혀의 힘으로 쫓아버리겠어요"
왕을 시해하려는 날, 끓어오는 욕망과 불안에 어쩔 줄 몰라하는 멕베스에게
"당신의 얼굴은 한 일이 쓰인 책과 같아요. 눈, 손, 혀로 환영하세요. 겉으로는 순진한 꽃처럼 보이세요. 하지만 그 아래에서 독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저 밝은 표정을 지으세요. 표정이 바뀌는 건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맥베스는
"별들아, 빛을 감추어라. 내 시커멓고 깊은 욕망을 보지 못하게 하라. 눈은 손을 못 본 척해라. 하지만 저지르고 나면 차마 눈이 두려워 보지 못할 일을 해야 하느니.."
왕을 죽인다.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혀 좋은 사람이었던 왕을 시해하고,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호위병에게 죄를 덮어씌우며, 울분을 이기지 못해 그들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마녀는 춤을 추며 희롱한다. 인간은 그래.
마녀는 알고 있었는 했다. 욕망이 시작되는 순간, 멈추지 못할 것을...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인간.
대체 왜...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진거지?
왕이 되고서도 불안한 맥베스왕.
좋은 친구인 뱅쿠오, 뱅쿠오가 왕의 조상이 될 거라는 마녀의 예언 때문에 뱅쿠오의 아들까지 함께 죽인다.
"뱅쿠오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가시처럼 깊이 박혀있지. 그는 담대하다. 그러한 불굴의 기질뿐 아니라, 자신의 용기를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지혜도 지니고 있지.."
이즈음에서는 가슴을 찌르는 수많은 가시들을 느낀다.
흔들리는 나를 발견, 나는 왜? 인간은 왜? 그냥 그렇게 태어난거라고? 그럼 어떻게?
뱅쿠오가 한 말이다.
"흔히 우리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지옥의 앞잡이들이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요. 사소한 일에 진실을 말해서 우리 마음을 사서는 중요한 일에는 우리를 배신하지요"
맥베스는 뱅쿠오에 이어 나라 전체를 살인 광란의 현장으로 만든다.
갈등하는 인간이 아니라 이미 분열된 인간을 보인다.
그의 부인 또한 마찬가지다.
욕망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을 끝내는 파멸시키고서야 끝나는 것인지도 몰라.
모두를 죽인 모두가 죽고, 새로운 왕과 신하가 등장하면서 극은 끝났다.
개인적으로 배우의 연기보다 무대연출이 너무나 아름답게 전개되어 시각적으로 매료되었다.
단체관람을 온 고딩은 "처음엔 재미없었는데, 나중에는 진짜 재미있었어. 너도 그랬냐?" 그런다.
열 몇 살 고딩이 보는 맥베스는 어떨까?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만약 그 나이에 이 연극을 보았다면,
지금처럼 부끄럽고, 뜨겁고, 마치 해결의 키워드인것처럼 여러 문제들이 줄을 지었을까.
아마 단호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닐거야.
그런 인간이 있어서 저 멀리서 전쟁이 나고 살인이 나는 것이지, 나는 그런 인간은 아닐거야. 아니어야 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살아보니, 그런 인간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딜레마..... 신의 장난!
그것을 알아차리고, 인간과 신을 조롱하듯 증명해 보인 세익스피어는 위대하고,
가장 무책임하고 나쁜 것은 신이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ps: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실존의 강력한 상징이다. -미셀 퓌에슈, [사랑하다] 081p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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