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은 이윤택!
좌석은 앞에서 두번째줄!
최고였다!
무대의 시작은 김미숙이라는 배우(난 이 분에 대해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의 플라멩코 춤으로 시작되었다.
두번째 줄에 앉았던 나는 그 분의 발 놀림이 가장 잘 보이는 눈높이였다.
(연극을 보는 내내 그랬다. 얼굴은 아무것도 아닌 듯 웃고 떠들고 있지만 플라멩코를 추는 발은 언제나 떨림이 내포되어 있었다)
연극 내용은 이랬다.
[피의 결혼] 인생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그런데 피! 피의 결혼!
(다시 내포內包! '어떤 성질이나 뜻 따위를 속에 품음' 내포라는 단어가 내내 맴돈다)
남편과 큰 아들을 잃고, 남은 아들 하나와 억척스럽게 살아온 여자. 아들이 결혼하려하는 여자가 내키지 않는다. 왜냐면 그 여자는 3년간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엄마 또한 소문이 좋지 않은 여자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삶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삶을 內包한다) 그럼에도 아들이 그 여자를 좋아함으로 결혼을 허락한다. 며느리가 될 여자가 사겼던 남자가 자신의 남편과 큰 아들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어, 다시 머뭇거린다. 그럼에도 아들이 좋아함으로 다시 마음을 잡고 결혼을 허락한다.(결정을 포함한 행동은 드러나지 수많은 이유 혹은 이야기들을 內包한다) 그리고 절정의 시간 결혼식이 시작되고, 이미 결혼하여 아내와 아이가 있는 옛 애인은 여전히 강렬히 사랑하는 신부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신부는 옛애인에게 흔들리고, 그들은 함께 도망간다. (납득하지 못하는 파격적인 행동은 제어할 수 인간의 욕망을 內包한다) 분노로 뒤를 쫓는 신랑, 아들인 신랑에게 복수하라고 보내는 엄마(하나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단 하나의 이유만을 內包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DNA처럼 수많은 이유를 內包한다). 신랑과 옛애인의 결투로 두 사람은 죽고, 신부는 그들의 피를 온몸에 묻히고 오열한다. 신랑의 엄마는 아들의 죽음에 오열하는데, 피 묻은 드레스를 입고 돌아온 신부를 보고, 분노하고, 엉키고....인정한다. (화해는 현재진행형의 유효한 싸움을 內包한다) 그들은 계속, 그들의 삶을 산다. 춤을 추면서... (춤, 노래로 어울린 축제는 그곳에 모인 개개 인간의 수많은 비극들을 內包하여 절정으로 치닫는다)
플라멩고와 국악, 춤과 굿판, ...그야말로 희노애락이 가득한 축제의 모습이다.
인간은 그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태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욕망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신부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마음을 제어하지 못했고, 남자는 남의 신부를 잊지 못하고, 신랑 또한 신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할 것도, 화낼 것도 없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인간이다. 이성 전초단계의 인간이다. 이 연극은 그랬다... 그런 것이 인간이다. 그런 것이 인간이다. (라고 몸부림치는 배우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수없이 말해준다) 그리고... 죽은 두 남자에게 염을 한다. 욕망의 반대편에 있는 색, 하얀 옷을 입힌다. 신랑의 엄마는 다시 결연한 모습으로 춤을 추고, 또 살자며 춤을 추며, 신부를 끌어 안고 함께 힘찬 발디딤이 있는 플라멩코를 춘다.
위로는 '위로의 말'로 하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비가 내린 토요일 오후 명동에서의 [피의 결혼]은 내게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위로를 주었다. 하얀 천으로 두 남자를 덮은 무대 위에서 마지막 춤을 추는 배우들을 보면서, 연극이 끝나고 배우 모두가 나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씻김굿을 받는 사람처럼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수많은 것을 內包한 나는 인간이다.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고 있는 일들이다. 그럼에도 인간 모두, 우리 모두가 그렇듯 그렇게... 안으로 덮어두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연극은 이야기한다. 마음같아서는 눈물이 고인 눈을 반짝이며 춤을 추고 있는 배우들처럼 나도 눈물고인 눈을 반짝이며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었다. 여기 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흐느끼는 관객들 또한 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을 內包한 인간일 것이다. 그들 또한 나처럼 무대에 올라 강한 발놀림을 하며 춤을 추고 싶었을 것이다.
욕망과 인간을 이해하는 일.
욕망과 나를 이해하는 일.
힘이 생겼다.
'보는대로 戱曲'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주] 나비잠 (0) | 2016.08.19 |
---|---|
[명동예술극장]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0) | 2014.04.28 |
[명동예술극장] 멕베스 (0) | 2014.03.20 |
[명동예술극장] 벽속의 요정 (0) | 2014.02.18 |
[명동예술극장] 오이디푸스 (0) | 2011.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