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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戱曲

[명동예술극장] 벽속의 요정

by 발비(發飛) 2014. 2. 18.

 

 

한마디로 좋았다.

모노드라마는 배우도 관객도... 배우의 연기력이 담보가 되지 않으면 세시간을 버티기 힘들다.

김성녀라는 배우, 그 연기력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뻔뻔함이라고 해야 할까? 대놓고, 뭐든 단순히 다 해버리는 그 뻔뻔한 장르에 대해 다시 한 번 무한한 감탄을 금치 못한다.

 

[벽속의 요정]은 스페인내전을 배경으로 쓴 일본작가의 희곡을 우리의 현실에 맞춰 각색한 연극이다.

한국전쟁 중에 사상범으로 몰려 일생을 벽속에서 지낸 남자의 아내와 딸의 이야기이다.

 

갇힌 남자, 아빠

갇힌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가장인 여자

갇힌 남자의 딸이며, 아빠를 요정으로 알고 살아온 딸

 

이 작품을 연출한 손진책은 채널예스에서 김경주시인과의 대담 중에 이런 말은 했다.  

 

"작품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 작품은 생명에 대한 찬가일 수도 있고 인간에 관한 찬가일 수도 있어요. ‘우리의 삶이란 것이 정말로 소중하다’. 내 삶이 중요하면 다른 사람의 삶도 같이 중요해야 되고요. ‘삶이라는 것이 정말 소중하고 참 보석처럼 빛나는 거구나’ 라는 것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가족애 같은 것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마 한 달 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었다.

 

지난 구정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배에서 여행 중에 만난 일군의 무리들과 제주에서 사온 고등어회, 갈치회, 광어회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에 앉으신 꽤 어르신인 분에 내게 질문을 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마지막에 노력해야 하는 것이 뭔지 아시나요?"

나는 뜬금없는 그 분의 질문에 무안하고, 답이 없어 그냥 웃기만 했다.

"유머와 위트라는 것이요. 그건 노래로 치면 딱 반올림 차이인데 그것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아시는지요?"

뜬금없다 생각하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반음 차이에 일반에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예를 몇가지 들었다.

모짜르트가 만든 곡 중에 반음을 올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그것이 주는 기쁨이 얼마인지.

나는 이해가 되었다.

우리 삶에서 가장 마지막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정말 이 분의 말처럼 반음차이가 만드는 유머와 위트.

삶의 기쁨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었다.

아마 그분은 여행지에서 낯설게 만난 내가 경계태세를 풀지 않으니, 사는 것이 별거 아니요. 이렇게 허허 하시오.

아마 이런 투였을 것이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 분이 유머와 위트에 말씀을 하셨던 순간으로 꼽았다.

사는 것은 그런 것이야. 그 정도야.

 

나는 [벽속의 요정]을 보면서 내내 그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 보다 더 절박하고 답답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우리가 경험한  드라마나 영화는 ... 사상범으로 몰린 남편, 아버지는 화근일뿐더러 불행의 근원이다.

연극 속의 아내이자 엄마는 순수한 모습으로 순수한 눈으로 세상에 대응하며 쉽게 웃고 반응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30년이나 벽 속에 갇혀 지낸 남편을 둔 여자, 아버지를 둔 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힘껏 도와주는 남편과 요정처럼 나타나 자신을 지켜주는 아버지가 된다.

누구에게 보석이 아니라, 보석처럼 사는 자에게 보석이다.

나는 이 고전의 말투에 지지하며, 좀 달라지려고 애쓴다.

스스로 기쁨을 찾아 움직이는 그래서 기쁨이 되는 삶으로의 전이!

 

 

몸과 마음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진심으로 느낄 수 있도록!

 

생각만으로도 참 흐뭇하다.

 

내 삶이 내게 미소질 수 있을 법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살아야지!

 

천진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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