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5일 저녁 7시 30분 명동예술극장에서 관람하였다.
아마 수십번 갈등하였을 것이다. 집에 갈까? 명동 갈까?
머리는 터질 듯 하였고, 몸은 천근만근, 어쩌면 가다가 쓰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현기증.
몸은 총체적 난국이 분명한데, 머리는 더 하다.
내가 명동으로 간 이유는 간단하다.
내 머리속에 다른 이야기로 리셋을 시키기 위함이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지시]
절대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제목이다. 이건 마치 김수안무거북이와두루미로 시작하는 그 이름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부르지 못할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말을 전달하지 못했다.
제목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 모두는 그들의 생각을 마주한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건 마치 떠도는 우주선에서 여전히 임무를 완수하고 있으나,
지구에서는 버려진 것이 명백한 두 우주인처럼... 우리의 생각이 담긴 말들이 메세지들이 그렇다.
수없이 많은 말들을 한다.
그 중 우주에 떠돌지 않고 주인과 통신을 계속하면서 제 몫을 하고 있는 말이 있기는 한 걸까?
한 배우가 두 가지 배역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맥락이 왔다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무도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나는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그런 모습이 우스쾅스럽게 보이듯 나의 그런 모습 또한 누군가에겐 코메디였을 것이다.
슬픈 코메디. 끝이 이상했다.
소통은 끝이 있지만, 불통은 끝이 없다.
단락이 끝나지 않는 문장처럼 쉼표도 없이 계속 이어진다. 그렇게 그대로 쉼표로 연극이 끝이 났다.
아마 이 연극의 끝에 오늘 나의 일정을 이어붙인들 하나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 그게 그런 것이다.
KBS, MBC, SBS... 에서 나오는 세월호 뉴스를 이어붙여놓은 들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 아무도 들으려하지 않는 말들... 점점 커가는 목소리들.
현재 내가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의 한 장면을 살고 있다.
단 한 명도 행복한 사람이 없는, 목청 높여 떠들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 뿐, 딱 그런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15년동안 버림받은 우주인의 우주선에서 그립게 바라보는 푸른 별의 너 나을 지도 모른다.
거기서 보는 우리는 아름다우니 말이다.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말한다.
좋아보여요.
네 좋아요.
좋아보여요.
네 좋아요.
.
좋아보여요.
네 좋아요.
나는 이 연극을 보면서 언제나 관심이 많은 연극 무대 장치.
나는 연극을 보는 것의 의미, 그 반을 무대장치에 둔다.
사각모양의 공간, 제약을 극복한 무대,
그것은 관객의 상상력이 어디로 뻗을 지를 고민하는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제약이 있음에도 너무 큰 이야기를 담은 연극무대, 거긴 나의 상상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내가 가장 보람차게 쓰이는 순간일런지도...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의 무대에 난 무한한 감동을 했다. 그랬다.
공간이라는 육면체에서 오직 하나의 면이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별들과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 그리고 우주, 우주를 떠도는 우주인... 오직 한 면이었는데 말이다.
이것은 마치 15행에 한 편 시를 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토요일 내내 앓았다.
무리해서 명동까지 갔다온 탓이 클 것이다. 몸을 배려하지 않는 못된 주인 같으니라고...
그렇지만 그 다음날, 일요일은 분연히 일어나 먹고 또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며 정말 아플까봐 무서웠다.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해.
그런...데,..... 왜?
연극은 계속되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나라가 우울증에 걸렸다.
'보는대로 戱曲'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주] 나비잠 (0) | 2016.08.19 |
---|---|
[명동예술극장] 피의 결혼 (0) | 2014.03.31 |
[명동예술극장] 멕베스 (0) | 2014.03.20 |
[명동예술극장] 벽속의 요정 (0) | 2014.02.18 |
[명동예술극장] 오이디푸스 (0) | 2011.0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