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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by 발비(發飛) 2014. 1. 17.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에 앉자 수백만개의 별이 비처럼 내린다.

현기증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들을 코 앞에서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유성들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

반짝반짝 

바닥으로 떨어질 때까지 반짝인다.

별들이 수백만개야 하고 말했다.

어지러우세요?

좋아.

나는 좋아서 좋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별들의 수가 점점 잦아들자 아쉬움에 시간을 붙들고 싶을 정도다.

별들이 줄어가고 있어.

여전히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별들.

머리를 흔들면 더 많은 별들이 내릴까 아님 별들이 사라질까

가만히 있기로 한다.

별들이 열개만 남았어.

두개만 남았어.

마지막 별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임을 안다.

마지막 별을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똑똑히 봤다.

별들이 모두 사라졌다.

모두 없어졌어.

회의탁자에 모여있는 동료들이 그런 나를...

간만에 본 별들이라. 했다.

잠시만, 하고.

잠시 뒤에 원고를 앞에 두고 회의를 했다.

원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멍했다.

수맥만개의 별이 쏟아질 때부터 마지막 한 개의 별이 사라질 때까지 그 황홀함을

되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멍하게

니켈처럼 차갑지만 다이아몬드 투명하게 빛나는 그 색.

차갑게 빛나고, 셀 수 없는 자잘함에 배경처럼 깔리는 현기증.

미친 소리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 별을 보았다.

현기증 속에 만난 그 별은 최근 몇 달 동안 본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으므로

나는 더 없이 감탄한다.

또 별이 보고 싶다.

아까 그 별이 보고 싶다.

밥을 몇 끼쯤 더 굶고, 몸 생각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직이면 또 별이 내릴까?

한 번 만 더 그렇게 해볼까?
그 사이 하루 한 봉지 견과를 먹어버린 나는 별에 관한한 불능이다.

 

 

참 아름다운 별이었다.

내 몸은 뭐든지 다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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