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뭔가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한 기획, 누군가를 위한 편집, 보고서... 등등의 것을 한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잖아! 하고 이야기할 것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내가 하는 말은 주인공은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주인공이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생일이니까...
지리산둘레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1에게 친구야 지리산 가자.. 했더니... 별로!
친구2에게 지리산 가지... 했더니... 일해야 해!
그래서 친구가 아니라 동료였던 선배에게 지리산 가요...했더니... 가요! 그런다.
새벽 5시 38분 지하철 첫 차를 탔다.
새벽첫차는 블랙칼라스모키필! 이었다.
언젠가 꼴딱 야근을 하고 구로에서 첫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딱 그때와 같은 색에 같은 냄새다.
生, 인간에 대한 경외와 인간에 대한 연민이 동시에 느껴지는 블랙칼라스모키필.
하필 나는 샛노랑 아웃도어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도드라졌다. 내 냄새도 도드라졌으리라.
잘못을 한 것은 없었으나, 내 옷의 색깔은 너무 노랬다. 미안했다.
날씨는 기상대가 생긴 이래 3월로는 가장 더운 날씨 였다고 한다.
두껍게 입은 옷때문에 땀이 땀이... 더 벗을 수도 없었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산이라고도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산이라고도 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 집 곁으로 지나가는 길이었다.
상대적이다.
함께 간 선배가 산을 타지 못하는 사람이라 출발 30미터부터 헉헉거린다.
덕분에 나는 전문산악인이 되었다. 상대적으로...상대적이다.
아홉시가 넘어 서울에 왔다.
자주가는 카페주인이 치즈타르트케익을 만들어놓고, 지리산을 함께 간 선배의 조카가 후리지아 한 다발을 사놓고 우리를 기다렸다.
손으로 만든 치즈타르트는 제과점 케익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웠고, 지금이 제철인 후리지아는 향이 더할 수없이 좋다!
참 오랜만에 진심으로... 진심으로 타인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함께 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카페주인으로부터 답 문자가 왔다.
"난 언니가 좋아. 뭐랄까 언닌 좀 현실 속의 무엇 같지 않은 데가 있는데, 그것도 매력인 거 같아."
나는 곰곰해졌다.(?)
곰곰히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절로 곰곰해졌다.
이렇다면....
이게 뭔 말일까?
이게 좋은 말일까?
이게 적당한 말일까?
나는 생일날 거의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비몽사몽하면서도 곰곰하게 있었다. 이 말때문에...,
어제 집에 온 친구에게 물었다.
"현실속의 무엇 같은 않은 데? 나의 어디에 그런 것이 있어?"
"몰라! 근데 있기는 한 것 같아."
3/7: 팀원들이 생일선물 뭐해 줄까 물었다. 대답못하다가.. 퇴근후 들른 쇼핑몰에서 이쁜앵클부츠 발견, 사진 찍어서 이걸로 할래! 하고 사서 영수증 청구했다. 생일이 시작되었다.
3/8: 퇴사하는 팀원과 생일파티를 함께 한 점심 식사.. 케이크에 촛불켜고... 맛난 밥 먹고!
3/9: 생일이브 지리산 둘레길 3구간
3/10: 친구가 집까지 저녁먹자고.. 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생일상이라고 치고, 아구찜 먹고!
그래서 장장 4일동안 생일이 어쨌든 엮인 이상한 2013년 생일맞이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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