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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노인들이 사는 나라.....2012년 대선에 관한 처음이자 마지막 이야기

by 발비(發飛) 2012. 12. 24.

 

충격을 받았고,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의 주절거림이 무엇이냐하면..., 내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나는 정직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분명 이것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서 분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1.

이것은 지질과 지형에 관해서 이다.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벼농사였다. 벼농사를 짓기 좋은 기름진 땅이었기에 우리는 벼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지질, 지형이 변했다.

척박한 땅이 되었는데,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주구장창...벼만 심어댔다.

이제 우리가 먹고 살려면 감자와 옥수수농사를 지어야 했다.

 

2.

지질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젊은 땅은 기름져서 분주하긴 해도, 스스로를 미생물을 생산했다. 

화학비료를 많이 쓴 탓에, 혹은 너무 많은 농사를 지은 탓에 땅은 힘을 잃은 흙만이 남았다. 자갈들과 함께...

 

그런데 방금 [다큐3일]을 보다가 말을 참지 못하겠다.

박근혜의 당선인사를 한다는 광화문광장에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노인들은 광장의 상징인 젊은이를 광장에서 몰아내고, 승리에 겨워하며,

아리아리아리랑 어깨춤을 추면서 정선아리랑을 부른다. 윤도현의 아리랑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노인들 중에 청년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는 이는 없었다.

 

노인들의 지혜,

우리가 읽었던 이야기책이나 역사책 등 그런 모든 곳에서 나오는 노인들은 지혜로웠다.

구두쇠 스쿠르지 영감까지도...

그때 청년은 많았고, 노인들의 수는 적었다.

 

내가 읽은 책에서의 노인들은 알고도 직설하지 않았다. 툭 한 번 힌트를 주고 응원해주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본 노인들은...,

지금 다큐3일의 카메라에 찍힌, 유세장의 노인들은 청년들의 삶은 안중에 없는 듯 하다.

노인이 가진 것이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그것이 젊은이들의 어깨를 누르는 짐을 상상이나 할까?

그들이 살아내야 할 삶의 무게를 상상이나 할까?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 개천에서 나는 용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간들을..., 상상이나 할까?

 

이제 노인들만이 사는 나라가 되었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어른들은 죽지 않는다.

 

역사가 젊은이를 믿어주지 않고 움직였던 적이 있었던가?

국가가 젊은이를 밀어주지 않고 발전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이번 선거가 징그러웠다. 좀비의 나라같았다.

젊음의 상징인 광장에 모여 전 나라를 들썩이게 할 때는 나타나지 않던,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그 무리들이,ㅡ

50대 투표율 89.9라는 경이적인 기록... 60대 투표율 78.8%...

이렇게 투표를 하고 다시 광장이 아닌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선거 다음날 홍대 술집에는 울고 있는 20대와

힘겨운 어깨에 돌덩이를 몇 개나 더 얹은 듯한 30.40대가 술을 붓고 있었다.

대체 찍은 사람이 없는데, 왜? 하고 소리를 친다.

그래서 절망이라고 했다. 청년이 무섭다고 한다.

그들의 절망은 그저 선거에서 진, 그런 절망이 아닌 듯 하여 섬뜩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거의 온 힘을 다해 움직였으니까... 내가 기억하기로는 6.10이후에 처음으로 한 결집이었으니까...

 

그들은 지난 5년을 사느라 견디느라 에너지를 거의 소진했다.

버티는 것이 나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버텼다.

그런데, 이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은 결코 젊은이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에 확신하는 듯 했다.

말로는 이민가겠다고 하지만, 이민이라도 갈 기회를 가지지도 못한...것을 알고 있다.

 

좀비들의 나라같다.

환한 거리에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젊은이들은 이제 집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게 그들이 원하는 나라인가?

광장에서 춤추는 노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들과 손자를 이기니 좋으냐고..., 진정 기쁘냐고...,

 

박근혜당선자가 잘 할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혹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은,

역사 속에서 박근혜가 누구인지,

그 역사 안 어느 공장에서 일을 했던, 아이들을 가르쳤던, 4.19항쟁을 했던,... 역사 안에 노인들은

젊은이에게 어떻게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역사가 인과관계로 이어가는 가장 강력하게 일러주어야 할, 꼭 해야할 몫일 것이다.

내가 본 책에서 나왔던 노인들은 그 몫을 했었기에 노인과 지혜는 짝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묻고 싶다.

무엇을 어찌 했던, 지금 너에게 떡을 줄게 라고 얘기한다면,

잘못따위는 평가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들의 아들과 손자에게 이번 선거에서 가르친 것이다.

정의나 가치는 중요하지 않아! 너를 먹고 살게 하는 것만이 너의 모든 기준이어야 해!

 

좀비들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학가, 30.40대가 모이는 광화문 뒷골목은 술만 마신다.

모두들 이게 뭐냐고 한다.

모두들 하는 말이, 아무도 찍은 사람이 없는데, 왜 이러냐고 한다.

당신들은 분명 좀비들이다.

투표일에 잠깐 나타나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흔적도 없이 다시 사라졌다.

 

나는 처음으로 20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금요일 어느 술집 옆 테이블에서 20대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술에 취해 몇번이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돌아다보니 40대 정도 남자였다.

그래... 진짜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안하다. 20대들아!

 

....................................................................그래서 나는 자연사를 주장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순수한 퇴비가 되길 원한다.

.........생산하지 못하는 죽어버린 땅을 대물려주면서 그들은 말한다. "나는 너희들을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스스로 비옥한 땅이 되어야 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21220/51730403/1

 

① 고령화에 희비 갈렸다

투표율이 75.8%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70.8%)때보다 5%포인트나 오르자 박 당선인의 패색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20일 오전 1시 20분 현재(개표율 96.2%) 문 후보와의 격차를 100만 표 이상으로 벌리며 비교적 여유롭게 리드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표차(57만 표)보다 더 큰 것이다.



이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유권자의 연령별 분포에 있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1618만2017명으로 30대 이하 유권자(1547만8199명)보다 70만3818명이 더 많다. 기본 덩치가 더 큰 데다 투표율까지 30대 이하보다 높으니 젊은 세대의 응집력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유권자 분포가 만들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에서 비롯됐지만 직접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상당수가 50대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0대도 45세 이상은 박 당선인 지지 성향이, 44세 이하는 문 후보 지지 성향이 뚜렷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전후해 보수 성향이 짙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대선을 통해 진보좌파 진영은 50대 이상 유권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다가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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