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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오늘 이렇게 우리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by 발비(發飛) 2012. 10. 9.

 

감동의 물결이었다.

들국화의 학전콘서트 마지막공연 동영상이  들국화 팬카페에 올라왔다.

 

들국화는 25년전에 만들어졌고, 겨우 두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되었다. 그때의 팬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다른 팀과는 달리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질타와 삶의 질곡들을 함께 품어 겪었다. 

옆에서 보기에 애처로울 정도로 처절하게 끝도 보이지 않는, 기다림을 견뎠다.

 

학전 들국화콘서트 마지막 공연 시작 전, 들국화의 등장에 맞춰

들국화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팬들이 들국화를 위해서 <축복합니다>라는 노래를 불러준다.

(더구나 조덕환님의 작사작곡인 노래다. 함께 하지는 못하셨지만, 함께인듯.. 모두 한마음으로 그리운듯..)

 

선곡죽인다!

그동안...팬들은 팔팔한 십대, 이십대에서... 이제 대부분 사십대가 넘었다.

피곤하다고 삶에 지친 사십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맞은 사십대가 팔팔한 모습으로 여기 있었다.

 

내가 들국화의 팬이 된 것은 들국화 팬들의 끊임없는 기다림과 응원을 본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만하니까 그런거다. 누구나 들국화처럼 멋지게 귀환하지는 않는다.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팬이 없으면 그럴 수 없다. 

정말 대단한 들국화에, 그들만한 들국화의 팬들이다.

나는 감히 그들에게 속하지 못하지만, 정말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이다.

 

수많은 아이돌들이 세계로 세계로 케이팝의 한류가 난리이다.

무엇보다 싸이는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로 전 세계가 더욱 난리이다.

우리는 이렇게 대중문화 속에 있고, 그것들은 대부분 팬덤문화 안에 소비되고, 당당히 상장하는 산업의 한 분야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가 아니다.

생산자의 한 켠인 기획사는 그럴 지 몰라도 우리는 적어도 그냥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었던 것이므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그들을 결국 지켜내는 것은 팬들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들을 지켜내는 것은 이들 자신이라기보다는,  

이들의 노래를 감동과 함께 소비했던 팬들이다.

팬들에 따라 그들의 삶이 달라진다.

믿어주고, 응원한다는 것은 그들을 지속시키는 이유가 된다.

 

얼마전 일이다.

조덕환님을 만났을 때 동행했던 어린 동료에게 순간 민망한 마음이 들어... "웃기겠다. 어른 빠순이는 첨 봤지?" 그랬을 때,

얼마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응답하라 1997>에 빠순이의 열정은 열정에 대한 훈련이 되어 사회에서도 열정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런 것 같다고... 나의 민망함을 달래준 일이 있었다.  

 

오늘 이 영상을 보면서 그래... 바로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필요하구나.

아주 작고 후미진 곳에서 이루어졌지만 이것이 문화선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도 머리가 하얗게 센 가수와 비슷하게 하얗게 센 관객이 함께 작은 카페에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종종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의학은 발달이 되어 100살까지 산다는데, 그때까지 뭘하고 살아? 정말 미치겠네... "

우리가 하기에 따라 싸이가 100살까지 무대에서 뛸지도 모를 일이다.

그 정도가 된다면 100살까지 살아야 한다고 해도, 그리 막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알아야 인간으로 만들어준 보람이 있지 아니하겠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팬들이 들국화에게 들려준 조덕환 작곡 <축복합니다> 

 

오늘 이렇게 우리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당신의 앞길을 축복합니다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일들이
하나둘 눈앞을 스쳐가는데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슬픔에
울음과 웃음으로 지나온 날들

이제는 모두가 지나버린 일들
우리에겐 앞으로의 밝은 날들뿐

언젠가 우리다시 만날때에는
웃으며 서로다시 만날수 있도록

우리함께 다짐하며 오늘의 영광을
당신께 이노래로 드립니다

 

 

 

http://cafe.daum.net/march/4kf/34249

(반드시 꼭! 클릭하시길! 그런데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감동을 공유함이지...절대 낚시 아님;;)

 

싫으시다면, 조덕환 작사 작곡 노래 1988년 <축복합니다>라도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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