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명동에서 긴 니트스커트를 하나 사고,
이마트를 들러 누룽지 몇 봉과 잘 마르는 속옷과 티셔츠 몇 벌을 샀다.
세탁방이 없는 오지로 갈 때에는 모든 것들이 얇아야 한다.
일요일은 짐을 챙겼다.
몇 년전만 해도 배낭을 메고 갔었는데, 이젠 엄두가 나지 않아 캐리어를 가져가기로 했다.
좀 작은 캐리어와 좀 큰 개리어를 둘 다 바닥에 열어두고 가져갈 물건들을 챙겼다.
작은 캐리어를 가져가고 싶다.
큰 건 민망하니까...
그런데 얇은 옷들로만 골라 겹겹이 껴입을 요량으로 가늠해보면 괜찮을 듯 싶은데...
굳이 들고 오라는 누룽지 몇 봉지와 물휴지가 꽤 자리를 차지한다.
파카를 가져가려면 큰 캐리어야 하는데... 일단 작은 데다 담고, 파카를 뺐다.
기모 후드티와 바람막이 점퍼를 챙겼다.
그정도면 될 것 같은데....
주중에는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서,
혹 급하게 챙기다가 빠트리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미리 챙겨놓는 것인데...
꽤 오랜 시간을 챙겼다.
하루사이에 가을이다.
베란다 문을 열어 놓고 잤는데, 감기기운이 있다.
안되는데....
절대 안되는데...
고산병은 마음에서 지면 안된다.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마치 우주에 온 듯이 몸을 공중에 띄우듯이 그렇게 하면 괜찮은데....
생각하면 공포다.
몇 번을 겪었던 일이지만,
다른 어느때보다 더 두렵다.
오직 몸만이 겪어내어야 하는 시간이다.
생각따위는 의지따위는 필요없이 다만 몸이 하자는대로 하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
두통, 복통, 부종....
안나푸로나에서는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왔었다.
나는 산을 올라야 한다는 것때문에 몸은 뒤로 하고, 의지만 있었으니,
그 빚갚음을 하고, 온 몸을 되돌리는데 족히 보름은 걸렸다.
퉁퉁 부은 몸이 제대로 돌아오는 일은 참 느리고도 지난했었다.
짐을 싸면서 마치 그곳에 도착한 듯이 하나를 넣고, 한참을 쳐다보고, 하나를 넣고 한참을 쳐다보고
정말로 천천히 움직였다. 게으름이 아니라 그 호흡이 그랬다.
그런데 왜 가냐고?
누군가 물었다.
예상했겠지만, 나는 모른다. 아니 입을 봉한다. 말하고 싶지 않다. 혹 그 곳에 가면 나도 듣지 못한...
그렇게 미세하게 온몸을 자각할 때만이 들을 수 있는 어떤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라고 대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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