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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나도 낮술을 먹다.

by 발비(發飛) 2011. 6. 2.

낮술을 먹다.

아니 아침술을 먹다.

 

오늘은 회사 창립기념일, 쉬지 않고 아침 9시 사장님께서 옆에 서서 포도주병을 들고 원샷을 외치신다.

빈 속에 커다란 잔에 가득 담긴 와인 한 잔을 마치 맥주처럼 원샷하고, 또 원샷했다....

 

낯선 직원들의 얼굴빛이 각각이다.

누구는 빨개지고, 누구는 하얘지고...평소에 보던 얼굴은 하나도 없고, 하나 두칸 정도의 과장된 모습... 하하호호!

 

아.. 좋다!

 

얼마전 낮술에 대해 좀 떠든 터라,

그리고 낮술의 기회가 많지 않은 터라,

나의 낮술의 증후들을 들여다 본다.

 

나는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다.

금기를 깨는 말들.

제어가 없는 말들.

 

낮술 몇 잔에 몇 년이 묵었을지 모르는 말들이 살아난다.

아무런 의미없이 내 안에서 떠돌고 있던, 내게서 묵살 당했던 말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다.

참 오랜동안 만나지 못했던 말들

마치 이산가족처럼 내 안을 떠돌던 말들이 하나 남김없이 모두 올라온다.

 

서서히 술이 깨니,

한 편으로는 깨어남을 기뻐하고,

한 편으로는 깨어남을 아쉬워하고,

 

어느 날은 진정 낮술 한 잔을 마시고,

아담과 이브의 환한 세상처럼

환하게 빛나는 세상 아래서 내 말들과 만나고 싶다.

 

몇 주 전  심정적으로 포기했던 글쓰는 일,

몇 년 전에 쓰려고 생각만 하고 꽁꽁 묻어두었던 말들이 몽땅 일어서는.... 말들의 향연.

말들은 결국 문장이 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내 주위를 떠돈다.

 

그 중 몇 개의 말들에게 썩은 미소를 날리며 아는 척을 할 뿐

나는

낮술에 헤롱거리며 오늘도 어쩌지 못하고 말들을 또 떠나보낸다.

 

낮술을 먹었더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속이 상한 것, 애틋한 것, 그것은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다.

나는 또 포기하고 던졌는데, 그것들은 아직 나를 떠나지 않았다.

 

참 미칠노릇이다....말들!

 

그리고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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