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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한참만에 만난 사람

by 발비(發飛) 2009. 11. 25.

집을 나올때도 비가 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한 시간 사십분동안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바뀌어 타고 내린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우산을 촉촉히 적신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좀 더 지나자 타는 사람 모두가 우산을 들고 있다,.

비가 오는구나.

우산이 없는데... 비가 오는구나.

오늘따라 털실로 뜬 목도리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정말 비가 오는 전철역 밖으로 나왔다.

정말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우산을 파는 아주머니의 바구니 속에 노란 우산이 있었다.

...사무실에 있는 우산을 생각하며 그냥 그 비를 맞고 뛰었을런지도 모른다.

노란 우산을 샀다.

그리고 노란우산을 펴고 비가 오는 거리로 내려갔다.

갑자기 내가 환해졌다.

겨울 내 검고 두꺼운 외투에 더 두꺼운 목도리를 하고 있던 내게 노랗고 환한 하늘이 비쳤다.

빗소리도 맑게 들린다.

 

어제는 참 오랜만에 전직장에 같이 다니던 상사 두 분을 만났다.

한 분은 그동안 편찮으셨는데 찾아 뵙지도 못하고, 또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기를 놓쳐 미안함이 남았던 분이고

한 분은 그저께 전화로 몸은 괜찮냐는 안부에 괜히 감동받아 얼굴 보고 걱정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약속을 잡았던 분이고,

 

넌 사람을 챙길 줄을 모르냐.

제가 인간적인 결함이 많아서요.

안 그런 사람이 어딨어. 그래도 달리 사는거지.

 

자리를 파하며 나오는데 따로 건네는 부장님의 말씀에 제법 야심한 밤이었지만,

환했던 그 시간을 오늘 아침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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