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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최승호] 어느 정신병자의 고독

by 발비(發飛) 2008. 12. 16.

어느 정신병자의 고독

 

최승호

 

그는 밖으로 나갈 때 방 안에서 문을 노크한다. 보다 넓게 폐쇄된 공간으로, 열리는 문을 그는 보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 노크할 권리 있는 존재, 즉 인간임을 주장하기 위해 그는 노크한다. 그러나 과연 아귀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그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그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그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그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그는 문을 벽으로 만들어놓고 똑, 똑, 똑, 섬세하게 문을 노크한다. 그러니까 그는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다. 그는 그렇게 혼자, 자물통 속 정신병원에서 죽어간다.

 

1.

 

이래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승호 시인의 <어느 정신병자의 고독>에 나오는 '그'를 '나' 로 바꾸어 두드려보려한다. 이래도 되는지는 모른다. 왜 그러고 싶은지도 모른다.

 

나는 밖으로 나갈 때 방안에서 문을 노크한다. 보다 넓게 폐쇄된 공간으로, 열리는 문을 나는 보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 노크할 권리 있는 존재, 즉 인간임을 주장하기 위해 나는 노크한다. 그러나 과연 아귀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나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나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나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나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나는 문을 벽으로 만들어놓고 똑, 똑, 똑, 섬세하게 문을 노크한다. 그러니까 나는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다. 나는 그렇게 혼자, 자물통 속 정신병원에서 죽어간다.

 

나는 밖으로 나갈 때 방안에서 노크를 한다. 보다 넓게 폐쇄된 공간으로 열리는 문을 나는 보는 것이다.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릴 때, 덜컥하며 문이 열릴 때, 난 내 허파가 부풀어옴을 느낀다. 그래서 숨을 크게 내어쉰다. 세상이다. 거리의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나의 앞 뒤로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과 내가 다르지 않은 모습인지 체크한다. 간혹 유리로 비치는 내 모습이 다르다고 느껴질 때면 종일 불안하다.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게 되거나 아님 내가 어디론가 사라질지도 모르다는 생각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 노크할 권리 있는 존재, 즉 인간임을 주장하기 위해 나는 노크한다. 그러나 과연 아귀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나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무엇으로 노크를 하는가? 노크를 하는가? 노크는 하는가? 안 가고 싶다! 그럼 난 그가 아닌거다. 나는 늘 걱정하고 복면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난 그와 달리 방 안에서 내내 복면을 만들고 있다. 아무도 없을 때면 언제나 복면에 덧칠을 하고 있다. 복면을 벗은 채 복면에 덧칠을 하고 또 한다. 한 손에 복면을 들고 똑, 똑, 똑, 노크를 한다. 그래도 그들이 무섭다. 복면을 쓴다.

 

나는 너무 착하다

-나는 너무 착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과의 대면, 나는 눈도 뜨지 못하고 울었던 때부터 너무 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난 너무 착하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들린다. 너는 착해야 한다. 착해야 한다. 눈을 뜨지도 못하고 들었던 그 소리의 주인들 앞에서 난 언제나 더 착하지 못한 죄로 벌을 선다. 더 착해야만 해...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나는 늘 걱정하고 복면을 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나는 너무 착하다. 남에게 조금도 해 끼치지 않으려고, 나는 문을 벽으로 만들어놓고 똑, 똑, 똑, 섬세하게 문을 노크한다.

-착하려면 말이지, 내가 착하려면 말이지, 아직은 멀었어. 복면이 더 하얗게 칠해져야 해, 빨간 입술에는 미소도 그려야해, 나가도 돼요? 

 

그러니까 나는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다. 나는 그렇게 혼자, 자물통 속 정신병원에서 죽어간다.

-똑,똑, 똑, 조용히 두드리는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 착하다... 아가야... 아무도 없어도 혼자서 잘 놀아야 하는거란다. 혼자서 잘 놀아야 하는 거란다. 멀리서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듣지도 말고 착한 아이는 혼자서 잘 노는 거란다.

 

그래서 내 최초의 기억은 기다림이었다.

실패한 기다림, 누군가 기다리다 잠든 나를 안아 올리며 혀를 차던 소리를 들었던 것이 나의 가장 유년의 기억이다.

내가 기다리던 그들은 어디로 가고 목소리만 남아있나... 착하다....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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