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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집사 식물집사

둥이의 삶에서 보면

by 발비(發飛) 200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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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sosokim627

 

옷을 입는 너를 잡아보지만, 현관문이 닫히면서 들리는 짜르륵. 문이 잠긴다종일토록, 어두워지면 어둠 속에서 또 기다린다.시간을 모른다.하염없다는 것은 안다.버튼을 누르는 전자음을 타고 너가 온다.처음처럼 너의 옷을 잡고 매달린다.넌, 잠든다.난 너의 발치에서 잔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둥이의 일과이다.

 

 

 

어쩌면,

둥이의 삶에서 보면 난 저 참새인지도 모를 일이야!

둥의 세상에서 보면,

둥이는 둥이 세상의 중심,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그를 따른 별들이 움직이듯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둥이의 운명에 따라 세상 전체가 움직이는 것.

 

어제 둥이가 입양을 갔다.

종일 혼자 있는 둥이에게 말했지.

 

넌, 길을 잃었지.

유기견으로 갈 곳이 없다기에... 그러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기에.. 데리고 온 것 뿐이란다.

죽으면 안되니까...

혼자 있어도, 심심해도, 외로워도 죽는 것 보다는 낫잖아. 그치?

 

그리고 둥이가 혼자가 아닐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었다.

 

누구는 나처럼 혼자여서 안되고- 심심하니까

누구는 아파트라서 안되고-바깥을 좋아하니까

...

 

아... 찾았다!

하얏트호텔 1급요리사라고 했다.

경기도 근교에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남자아이가 있다 했다.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다 했다.

하얀 집이라고 했다.

 

둥이는 초록 잔디가 있는 하얀 집에서 살 것이다.

집안에서 배변훈련을 따로 받아야 할 일도 없을테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지금보다 반이상은 줄어들테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뒹굴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새주인과 함께 그 집으로 가려고 차에 탄 둥이에게 말했다.

 

넌 점점 좋아지고 있는거야?

니가 전원주택의 마당을 차지하고 살거라고 생각했었니?

잘 된 거니까... 잘 해라.

 

둥이는 새로운 주인의 집으로 잘 갔고, 어젯밤 그 집 곳곳에다 영역표시를 했다고 했다.

영역표시.

개로서의 본능을 잊지 않았구나!

잘했다!

 

그래서 다시.

어쩌면 저 그림의 개와 참새처럼

둥이는 개이고 난 참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둥이의 세상에 나 참새는 잠시 그의 환경이고 배경이었을 뿐,

둥이의 세상에서 난 잠시 운전하는 풍경 중에 하나일 뿐,

난 둥이의 운명을 중심으로 본다면 스쳐날아가는 참새였을 수 있다.

 

둥이의 세상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상의 중심이기도 하다.

어제와 오늘은 둥이가 되어 자꾸 세상을 보게 된다.

 

지금 둥이에게는 새로운 별이 가장 가까이를 비추고 있다.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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