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영국 | 125 분 | 개봉 1986.12.24 | 롤랑 조페
로버트 드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생각지도 못했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 접경지역에 있는 이과수폭포를 여행의 계획중에 넣었으면서도
오래전에 보았던 '미션'의 배경이 이과수였었는지 생각지도 못했었다.
만약 내가 이과수를 내내 생각하고 있을즈음에
미션의 배경과 이과수가 같은 곳인 줄 알았다면 미션을 몇 번이고 봤을 것이다.
그 곳에 가서 가이드의 말을 듣고서야 미션에서 십자가에 묶인 신부가 흘러내려오던 곳이 내가 발을 디딘 그 곳인 줄 알았다.
사실 그때도 몰랐었다.
어렴풋이 미션의 장면이 떠올랐지만,
내가 선 곳이 그곳인줄은 또 몰랐었다.
아버지의 병원에서는 모두가 일찍 소등을 하고 잠을 잔다.
잠이 오지 않아... 다운 받아놓은 미션을 노트북으로 보았다.
병원
이과수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이 세나라의 국경지역으로
이 폭포 아래에 있는 이따이댐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파라과이 전체가 다 쓰고도 남을 전기량이라고 하니
그 물의 양을 짐작할 것이다.
세상에 물이 그렇게 많다니..거대한 물이라고 해도 부족했다.
1.이과수폭포 그 아래
트럭을 개조해서 짐칸에 오픈 버스처럼 만들어놓은 이과수국립공원의 안내버스를 타고 이과수투어를 시작했다.
밀림 혹은 정글을 뚫고 만난 큰 강줄기.
보트를 옮겨타고 이과수 폭포 아래 '악마의 숨구멍'으로 간다.
보트는 뒤집히기 일보직전
폭포로부터 7,80미터 떨어져있지만 폭포에서 튕겨져 나오는 물들이 거의 소나기다.
순식간에 온 몸이 완전 젖었다.
사람들이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질렀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세상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그것을 물소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만 들린다.
잠시만 눈을 감아도 악마의 숨구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기념촬영?
그런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세상은 단지 물과 나라는 실존만 있을 뿐이다.
옆에서 소리를 치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뿐 ...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곳을 빠져 나왔을때 완전히 젖은 나와 멀리서 환청처럼 들리는 물소리...
그리고 방금전 내게 허상일 뿐이던 사람들이 멍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아르헨티나 영역이다.
2. 이과수 폭포 위
악마의 숨구멍을 벗어나 폭포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산길에 가깝지.
길은 아주 잘 만들어놓았다.
폭포의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지.
바로 내 앞에서 걷고 있는 백인...
악마의 숨구멍 그 후유증으로 한참을 멍하니 그의 발끝만 따라서 가다보니...
그의 다리가 이상하다.
의족이다.
스물 너댓 정도의 하얀 남자가 의족을 하고서 온몸이 나처럼 젖었다.
그도 악마의 숨구멍을 다녀온 모양이다.
그는 악마를 두 번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난 첫번째 악마, 삶이 바뀌었다.
그가 나와 함께 만났을 두 번째 악마와의 만남은 그에게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
악마는 때로 기쁨을 준다.
단, 몇 번의 만남 후에...
그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으며, 그와 함께(?) 이과수를 감상한다.
폭포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하얀 거품...구름... 물... 공기... 뭐 그런 것들 사이를 까마귀들만 오르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까마귀는 점처럼 움직였다.
모두가 벙어리다.
사람의 말을 할 수도 없고 사람의 말을 들을 수도 없는 벙어리 세상이였다.
여기도 거대한 물이 떨어지고 저기서도 거대한 물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도 함께 있었다.
두려움같은 것은 없다.
그것은 안전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이라는 곳에도 '절대자연'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될 만큼 그대로 '자연'이라서 자유를 느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절대자연은
내게 위험이 아니라 회귀같은 느낌이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것들 사이에 놓여서 원래 그러한 대로 있을 수 있었던... 그것은 자유!
미션의 시작장면에 예수회신부가 십자가에 묶여서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몸부림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예수회 신부와 과라니족이 원주민토벌대를 폭포아래로 유인하기 위해 폭포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그들도 몸부림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렇게 '절대자연' 을 두고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는 곳'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었다.
그래서
의족을 한 얼굴 하얀 금발도 그 곳에서 웃을 수 있었는지 몰라.
여기도 아르헨티나 영역
3. 이과수 폭포 건너
날이 바뀌고 이과수 폭포의 건너편에서 이과수를 본다.
멀리서...
폭포는 하나 두개가 아니었고
산의 계곡 사이로 사이로 거대하게 흐르고 있었다.
멀리서... 본
폭포의 위는 마치 고요한 호수와도 같아.
거대한 흐름은 성곽과도 같아.
그 계곡들 사이에 사람이 산다면 그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18세기에 그들은
한 편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처럼 생긴 소로 데리고 가고
한 편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노래하는 영혼으로 데리고 가고
거대한 소리를 가진 이과수폭포가 아니었다면
말이 아니라 폭포의 물소리 사이를 뚫고 들렸을 노래를 하지 못했들 것이다.
누구의 것도 아닌 그들은 이과수 때문에 누구의 어떤 것으로 쓰이게 되고 말지. 죽었다.
그리고 남았다.
아이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랐다.
그들은 지금 그곳에 없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 족속을 버리고 영원히 한 점으로라도 세상에서 그들이 유지되고 있다.
한 점.
으로라도 족속은 유지되었다.
그것이 삶이고, 생명이며, 이유이다.
이 곳은 브라질 영역이었다.
4. 그리고 지금
미션을 보며...
이과수 폭포 여기 저기에 관광객들을 위해 적어둔 안내문에서 읽은 과라니족을 생각했다.
이미 섞여버려서 지금은 간데없는 어느 족속.
카톨릭이라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하나가 된 그들과 그들이 섞여있었던 그 곳.
족속이라는 것은 이미 사라진 그 곳을 떠나서 난 사라진 족속에 대한 영화를 보며
몇 번씩 목이 빳빳해졌다.
마치 내 안에서도 누군가와 무엇엔가와 섞여버려 찾을 수 없는 어느 족속..
그 한 점 내 안의 내가 목을 울리는 것처럼...
주체
옥타비오 빠스
뜨락에 새 한마리가 짹짹거린다
저금통 속의 동전 한 닢처럼
바람 한 자락에 새 깃이
문득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쩌면 새도 없고 나도
뜨락에 서 있는 그 사람이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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