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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한용운] 떠날 때의 님의 얼굴

by 발비(發飛) 2007. 8. 10.

떠날 때의 님의 얼굴

 

한용운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떠나신 뒤에 나의 환상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굴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만치 어여쁠 것입니다

  님의 떠날 때의 어여쁜 얼굴을 나의 눈에 새기겼습니다

  님의 얼굴은 나를 울리기에는 너무도 야속한 듯 하지마는,

님을 사랑하기 위하여는 나의 마음을 즐거웁게 할 수가 없

습니다

  만일 그 어여쁜 얼굴이 영원히 나의 눈을 떠난다면, 그때의

슬픔은 우는 것보다도 아프겄습니다.

 

 

곧 만해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제가 언젠가 말씀드린 것처럼

잠들기전 가슴 위에 올려 놓고 잤던 첫 시집이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었습니다.

 

아마 고등학교 때, 아님 대학교 때.

소리내어 시를 읽다가 시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가 나인듯,

나도 마치 가슴 속에 품은 님이 있는 듯,

그리워 그리워 하다가 잠이 들었던.

아침에 일어나면 주홍빛 시집은 나의 몸 어딘가에 끼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난 시가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늘도 문득 한용운님의 사랑이 생각났습니다.

그 분의 님은 매정하기 그지없고, 분명하지 않기가 또 그지없고, 약속 따위는 하지도 않는 그런 님입니다.

그런 님을 가진 시인은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그저 그런 사랑을 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의 님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아프게 하는 님이지만, 아픈 것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너 계속 아플래?

아님 너 사랑을 포기할래?

 

하고 묻는다면,

1초는 나 아프고 싶지 않아...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말합니다.

그냥 아프더라도... 사랑을 내 곁에 두겠다고, 그럴 수 밖에 없다고.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목 긴 기린처럼 그저 내 목이 길어서 생긴 일입니다.

 

 

곧 만해 축제가 열린답니다.

 

한용운님, 어쩌면 이 분이 절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를 읽는데 가슴을 통해 파고드는 아픔과 슬픔이 섞인 어떤 것이 샘처럼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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