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히는대로 詩

[함석헌]그 사람을 가졌는가

by 발비(發飛) 2007. 8. 14.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럴만한 사람?

무섭다. 없다면 어떻게 되는건데?

 

난 그런 사람일까?

내가 그런 사람을 가졌나보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난 남아있는 사람일테고... 남아있는 자들은 단단히 지켜줘야 할 것들이 많다. 떠난 자보다...

단단한 사람으로 남아

지금 이세상에 남겨져있다고 볼 수 있는 내가, 떠난 자를 안심시켰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