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어령
출판사/ 발행일 금성출판사/2004.05.31
페이지수/크기 2250page/A5
ISBN 8907031827
상품코드 2164875
선물 17: (문장사전 1018쪽)
반지나 보석은 선물이 아니다. 선물이 없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유일한 선물은 네 자신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기의 시를 가져오고, 양치기는 어린 양을, 농부는 곡식을,광부는 보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기의 그림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 R.W.에머슨
-잠시 딴 소리-
인도의 수도 델리 중 올드델리에서 호스텔을 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이들이 부부가 된 지는 이제 갓 몇 주.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한국에 한달동안 들어왔다가 여자는 지난 주에 먼저 인도로 들어가고,
남자는 다음주에 인도로 간단다.
지난 주에 이들을 만나서 서로 사는 이야기를 했었다.
여행자로서 만나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인도라는 낯선 곳에서 함께 지나다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둘은 삶의 갈피를 잡았다.
난, 그 둘에게 참 대단하다. 장하다고 말해주었다.
인연이란 먼저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두번째는 서로 잘 맞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 만남을 유지해나가는 노력이고,
세번째는 둘의 간격을 적절히 조절하여 가장 오래갈 수 있는 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잘 했다, 잘 하고 있다고...
델리에서 만났을 때 난 문장사전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특별한 책 한 권보다는 이 문장사전의 읽을거리는 여행중 정말 커다란 권능을 발휘했었다.
길 위에서 조각난 시간은 참 대책없으므로...
그런 시간이면 모여앉아 각자가 평소에 좋아하는 단어들이 어떻게 표현되어있는지를
마치 게임처럼, 화두처럼 시간을 보냈었다.
모두들 즐거워했었던 것 같다.
델리의 숙박집 주인 저 남자- 국문학도였다.
잠시 맡겨둔 문장사전을 들고 지금 그의 아내된 여자랑 즐거이 놀았단다. 재미있었단다.
명색이 사전인데... 재미있었단다.
그 이야기를 이번에 만나서도 했다.
문장사전을 갖고 온 나도 참 특이하지만, 그것을 즐거이 읽고 즐기는 남편도 특이하다며 깔깔거렸다.
사실 여행 중 수많은 밑줄을 그어대던 그 문장사전은 잃어버렸다.
미리 한국으로 들어가는 인편에 보냈는데, 연락두절... 완전 분실(밑줄이 보고 싶다)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구입했던 이 사전을 다시 보내기로 한다.
그 남자 인도로 가는 선물로...전하지 못한 결혼선물로...
문장사전을 보내려고 오늘 가지고 나왔다.
무거웠지만 그들에게 참 오랜 시간을 보내는 양식이 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려본다.
더운 나라 한 끝의 침대 끝에 엎드린 남자가
문장사전의 문장들- 시, 소설, 격언, 속담 등의 수많은 인용문들- 을 읽으며...
맞지? 맞지? 물을 것이고
친절한 그의 아내는 그래. 그렇다. 그래 그렇다. 하면서 장단을 맞출 것이다.
난 오늘 책꽂이 한 가운데 꽂혀있던 문장사전을 뽑아들며... 좋았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서점에서 문장사전 하나를 다시 주문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또 넘겨질지도 모르지만...
항상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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