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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
관 리 청 : 한수면사무소 (043-640-4169) 덕주사 (043-653-1773) 개 요 : 덕주사는 신라 진평왕 9년(서기586)에 창건되었다. 당시에는 월형산 월악사였으나 신라 경순왕이 천년 사직을 고려 왕건에게 내준 뒤에 경순왕의 첫째딸인 덕주공주가 이 곳에 들어와 높이 13m의 거암에 마애불(보물406호)을 조성하고 신라의 재건을 염원하며 일생 을 마친 그 뒤로 산 이름을 월악산으로, 절 이름을 덕주사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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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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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젠 봄이었다.
사람들의 옷은 가벼워지고 산, 계곡은 두툼해지고 있었다.
월악산 남쪽엔 덕주사가 있다.
같이 갔던 일행들은 모두 월악산 옆의 북바위산 산행을 간 터라 이번에는 홀로 걸었다.
아스팔트 길을 걷다보니 지대가 높은 밭 위에 누각의 지붕이 보인다.
올라가 보니, 덕주산성 남문이다.
덕주산성 남문은 훼손이 심하여 다시 보수를 했다는데,
성문 자체보다 산을 잇는 성의 곡선이 아름답다
적을 막으려 쌓은 성이겠지만 마치 산에다 장식이라도 한 듯이
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사각이는 비단 한복치마 사이에 잠시 비치는 버선코 같다고 해야 할까.
가락을 타고 춤추는 버선 신은 발등이 들락날락거린다.
내가 아스팔트 위에서 밭으로 올라갈 때, 성문 앞에서 볼 때 , 뒤돌아 올 때,
내 가락에 맞춰 춤추는 성.
길게 혹은 짧게.
세게 혹은 여리게.
보여주고 사라지고 내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성의 길도 움직인다.
그 아름다운 선에 비하면 개축했다는 성문은 너무 멋이 없어!
숯검댕이 칠하고, 사포로 구석 구석 좀 밀어주면 세월이 많이 지나보일래나.
내 곁에 흐르는 시간을 좀 떼어다 너에게 갖다 붙이면 딱일텐데, 그거 안 되려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현장을 만났다.
봄햇살이 따뜻이 내려 쬐는데, 삽질하는 소리가 빈 아스팔트까지 들린다.
이번에는 소리를 따라 올라가봤다.
소나무다.
아저씨 한 분이 소나무 묘목을 밭에다 옮겨 심고 계신다.
봄이라 뿌리가 잘 내릴 것이다.
겨울내내 어린 묘목이 얼까봐 모두 비닐하우스 안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봄이 되어 땅힘을 얻어 뿌리에 힘을 얻으라고 땅에다 옮겨 심는 것이다.
옛날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다.
봄이 되면 겨울 방 안에 있던 수십개의 분재들 중 시들한 몇 개를 골라 마당에다 옮겨 심어 두셨더랬다.
땅힘받아 뿌리 끝에 힘 생기라고 그런다 하셨다.
그해 가을이 되면 시들하던 분재나무는 다시 생생해져서 좀 더 큰 화분에다 옮겼더랬다.
잎 끝이 노리한 어린 소나무 묘목들도 곧 땅힘을 받아 푸르디 푸르러 질 것이다.
그러라고 '친철한 아저씨'는 흙을 뒤집고 뒤척여 뿌리가 뻗을 부드러운 흙을 만들고 계셨다.
사진 좀 찍겠노라고 말씀드리니,
아저씨 웃으시며 나를 보시느라 멈추었던 삽질을 다시 해 보이신다.
아깐 안 웃었는데, 지금은 웃으신다.
봄이라서 하는 일이다.
봄이라서 나온 나들이족에게 봄이라서 바쁜 아저씨가 웃어 보이신다. 미안해라......
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덕주사 표시판이 시키는 대로 길 오른 쪽으로 돌자 식당들이 줄을 쭉 서있다.
그 앞에 홀로 앉아 좌판을 벌이신 할머니,
품목은 딱 하나, 달래다.
이렇게 큰 달래는 처음이다.
할머니가 날더러 "달래 좀 사가래이 그러시네."
난 "할머니 사진 좀 찍고 싶어요."
서로 어긋나고 있는 생각, 그리고 말. 결과는 나의 승리다.
할머니가 "어째 해줄까? 달래를 들고 있을까?"
내가 "아니요. 그냥 그대로요. 할머니보다 달래가 이뻐요. 죄송하지만요."
"그라믄 이게 더 이쁘지. 할망구가 머 이쁘겠노."
"맛있겠어서요."
"그럼 이거 하나 사가라" 그러시길래
"이따요. 내려오는 길에요." 그렇게 말했다가 생각을 바꿨다.
'이따, 이따'는 내가 너무 많이 속은 말이지. 나도 속일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
"지금 주세요. 안 무를까요? 배낭에 그냥 넣어도 되려나?"
"개안타." 반가워하신다.
2000원에 한 무더기 배낭에 달래를 넣었는데, 할머니가 덤이라며 달래 몇 개를 더 주신다.
"아네요. 이거면 충분해요."
오늘 아침 할머니의 달래 덕분으로 간만에 요리를 했다.
달래무침, 달래된장찌게.
호오! 맛있더라.
달래냄새가 집 안으로 퍼져 나가는 것도 좋았고, 입 안으로 퍼지는 것도 좋았고,
봄이구나! 음식에서도 봄이 이렇게 있구나 실감한 아침밥,
할머니! 덕분에 아주 맛난 밥 먹었습니다.
이거 쓰면서 확 다시 먹고 싶어져서 일어나 한 젓가락 먹고 다시 앉은 지금!
좀 더 오르니, 덕주산성 동문이다.
지금은 공사중!
여기도 다시 개축을 하나보다.
이렇게 하는구나, 하며 한동안 서서 구경을 했다.
봄에 해야 한단다.
겨울에 공사를 하면 땅이 얼어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 그 자리의 흙들이 좀 내려앉아 공사가 부실해지는 거란다.
겨울땅이 녹으면 얼었던 빈 자리를 흙들이 좀 더 내려앉으면 그때 공사를 하는거란다.
거기 일하는 아저씨가 그랬다.
여기도 봄이라서 공사를 하는 것이다.
포크레인이 일을 무지 잘 하더라.
돌을 밀어 끼어넣고, 톡톡 때려가면 집어 넣고. 좀 두드려서 자리 잡아주고,
포크레인 기사아저씨의 섬세한 놀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한다.
너무 깔끔하면 쌩뚱맞을텐데 여기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야 하는 특별구역이다.
언제 만든 담이지?
사람의 구역을 만든 담이 아니라 밭의 구역을 만들기 위해 만든 담이다.
비탈진 곳이었을 것이다.
아래는 낮게 땅을 고르고 위는 높게 땅을 고르고 그 경계에 담을 만들어 놓았다.
어느 농부의 손이었을텐데 이리도 정성스레 담을 만들어 놓았다.
밭을 만드는 손은 먹을 것을 구하는 손이었을 것이다.
그 손이 먹는 것에 대한 손을 잠시 놓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놓았다.
매일 일해야 하는 일터에 아름다운 밭담 만들어두고 흐뭇했을 오래 전 농부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며칠 되지 않은 듯 보이는 마늘모종이 보인다.
이 모종을 심었을 농부는 오래된 어느 농부의 예술로 예술을 즐기며 일을 한다.
내 배경에도 저런 이쁜 밭담 하나 놓인다면
호미질 한 번 하고 옆 한 번 돌아보고..
이쁘다 한 번 해주고 호미질 한 번 하고,
마늘도 이쁘다 한 번 해주고.
화려한 문화재들 사이에 보이는 예술작품도 아름답지만, 이 곳 예술, 참 예술이다! 싶었다.
저 밭에서 일하고 싶다.
저 담벼락에 기대 앉아 참 먹고 싶다.
저 담벼락 틈새 구멍에 심심할때마다 작은 돌들 끼워두고 싶다.
약속 같은 것도 넣어놓고 싶다.
봄 하면 새싹이고 꽃이다.
버들강아진가?
갓 태어난 강아지의 양수 묻은 털처럼 새싹이 촉촉하다.
솜털들이 아직 바람구멍이 나지 않아 서로 붙어있다.
아기라서 만지면 안될 것 같다.
불어도 안 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하아--- 하고 크게 부드럽게 숨을 쉰다. 긴장이 풀릴때처럼 말이다.
보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보람차다.
산수유꽃이 간간히 눈에 띈다.
봄이면 잎인 듯 꽃인 듯 피는 산수유 사이로 지난 해 낙엽이 걸려있었다.
낙하하려다 불시착한 곳이 하필 노랗게 핀 산수유꽃 옆이라니, 민망도 하여라.
바람이라도 불어 사각거리면 얼마나 민망할까.
늙은 것 티낸다면 어떡하나, 빨리 떨어지고 싶어 하며 빈말도 하겠지.
그러면서도 노랗게 향내나는 꽃 옆에 자리잡은 것이 내심 좋을 것이다.
말로만 떨어져야지 하면서 한 발을 가지 사이에 꽉 걸어놓는다.
내내 영계들 옆에 있으면 혹 젊어질 수도 있을 지 몰라.
그런데 그런거 없는 거잖아.
결국은 떨어지겠지만, 난 특별한 곳을 다녀왔어 이것으로 족해 하고 후렴구 한 마디 넣을 것이다.
저 걸린 지난해 낙엽이 말이다.
왜 낙엽의 마음이 이해가 되려고 하는거지? 이해하지 말아야해! 이해 안돼야 해!
난 그 마음 몰라. 저 낙엽은 왜 내 옆에 있는거얌! 암 그렇게 말해야지!!!
덕주사는 두 군데 있다.
아래 있는 것은 하덕주사, 그 곳에서 1.5킬로를 더 올라가면 상덕주사다. 이 두 곳도 모두 다시 지은 것이다. 마애불이 있다기에 그 곳으로 올라갔지.
1.5킬로 그 정도는 하면 쌩하니 올라가기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가파른 돌계단길이 계속이다.
역시 월악산은 월악산이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움직인 것을 후회하며 헐떡거린다. 그러고보니 산행이 참 오랜만이다.
헉헉거리며 땀을 닦아가면서 오른 것이 낯설기도 하면서 괜히 들뜬 마음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날아간다.
삐걱거리는 다리, 흔들리는 몸을 세워야 하느니라.
한 할머니가 더는 못 오르시겠다면서 일행을 기다리다 날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젊으니까 좋지....
날아가다가 속도를 좀 늦췄다.
약수 한 바가지 먹고,
"마애불이 얼마나 남았어요?"
" 저기 보이잖아요."
올려다보니 커다란 절벽 같은 것이 마애불이란다. 다시 쌩하니 날아간다.
지난 주에 만난 쌍계사의 마애불이 생각난다.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좀 무섭다.
부처님이 좀 무서운 인상은 무서운 인상인데,
음각도 양각도 아닌 평면화 같이 새겨놓아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하나
생명의 연장선에서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커다란 머리가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으니
학교다닐 때 무서운 척하기만 하던 물리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저도 찍어드릴께요. 한 남자 다가오더니 사진을 부탁한다.
네. 그 남자의 사진을 찍어주고 내 카메라도 맡겼다. 그래서 얻은 사진 한 장. 맘에 든다.
간만에 의도된 사진 한 장을 얻었다.
뒤에 보이는 절이 상덕주사이다.
풍경소리가 절보다 백배 정도는 아름다웠다.
부처님이 부처님스러워보이는 소리였다고나 할까?
마애불 바로 아래있는 집 한 채.
아마 절에 관련된 사람이 사는 곳이겠지만, 내가 꿈에 그리는 집이다.
좀 시간이 지나면 난 저렇게 살고 싶다.
바람 소리만 들리는 집에서 바람 소리만 들으면서 살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무서울테니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저런 집에 사는 것이 목표인, 그런데 혼자는 무서워서 사람이 필요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저 집을 보면서 다시 꿈을 키운다.
잠시, 사람에 대해서......
사랑이네 조건이네 사람에게 딸린 것이 참 많다.
그래서 사람이 안 보인다.
난 누구에게 사람이고 싶지 않다.
사람 옆에는 조건이 딸리는 것이니까.... 사람으로 살자면 말이다.
좀 시간이 지나,
사람보다는 나무이고 공기이고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필요한 때 쯤.
내가 누군가의 공간이 되고,
누군가가 내 공간이기만 하면 되는... 인생이 뭐 별거있나?
사람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딱 저런 집과 저 집에 어울리는 먹거리를 구할 수 있을만큼만. 일해야지.
아직도 현실감이 부족하지만 내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그렇게 매일 꿈꾼다.
저런 집과 혼자 무섭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구함!
좋을 것 같다.
나의 모델하우스로 삼으려고 저 집 사진 10장쯤 찍었다.
마애불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확 꽂히는 장면.
뭔가 거꾸로 아닌가?
한 사람을 세워두고..... 분명 연예인 아닐텐데, 한 명은 보람차게 포즈를 취하고 세 명은 열심히 찍는다.
저 분들,
나의 앞 뒤에 가면서 계속 불러대는 노래. 외울뻔했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어쩌고 저쩌고."
오늘 몇 번이나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우왁..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반복학습의 효과는 대단히 높다.
저 분들을 피해 다시 날았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라는 소리를 피해 제대로 날아 순식간에 내려왔다. 역시 목표가 있어야해.
피하러 날든, 가려고 날든, 날아가는 것 중요하다.
신나게 날아내려와 손을 씻으러 계곡에 내려갔다.
그 곳에 거의 다 타서 짧은 초 하나가 바위 위에 얹혀져있었다. 누군가의 소원일 것이다.
불 꺼진 빈 초에다 소원이 빌어진다.
마치 영험한 물건 하나를 만난 듯 저절로 빌어지는 소원이다.
흘러가는 유성에다 대고는 비는 소원보다
다 타버린 초에다 소원을 비는데 괜히 뿌듯한 것이 기도발이 받을래나...
누군가의 소원에 덤으로 비는 소원!
그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나의 소원은 덤 내지는 옵션.
소원이 계곡을 따라 흘러 흘러 강으로 바다로, 그리고 또 어느 다른 대륙으로 퍼져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뻐근해진다.
소원 탄 물이 계곡을 내려간다.
봄물이라 아주 빠르게 내려간다.
간만에 발사진 하나! 나의 낙관처럼 견문록을 쓸 때마다 마지막 사진이었던 발 사진.
그러고 보니 지난 여행 중 생긴 슬리퍼 자국은 이제 없네.
슬리퍼 신고 다닐 때는 신발 때문에 당하는 압박이 덜하니 굳은 살이 좀 없었더랬는데...
신발때문에 발가락에 굳은 살들이 다시 생겼다.
발을 보호하는 신발때문에 발가락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발바닥은 점점 부드러워진다.
발이 달라졌다.
항상 희한하게 못생겼다고 놀림받지만 난 발사진 찍을 때가 제일 좋더라.
월악산 덕주사 마애불... 월악산의 한 귀퉁이를 다녀왔다.
오가면서 본 충주호는 물이 많이 말랐더라.
겨우내 얼었던 물들이 녹아내려 계곡으로 강으로 내려오면 다시 물들이 많아지겠지.
봄이라는 것을 사람에게서도, 사람이 가진 것들에게서도 실감한다.
봄을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지금도 코 끝에 배인 봄흙냄새가 향긋향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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