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온거지.
중국으로 가는 배 갑판에 서서 갈매기는 어디 있나 찾았다.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두 번 봤다. 아주 멀리 날고 있는 갈매기가 나를 따라 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는 수 없다.
갈매기가 날 따라온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라도 한 번 볼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그냥 추억하자...
만 하루를 배안에서 보냈다.
배여행, 꼼짝할 수 없는 비행기에 비해,
여기저기 마구 쏘다닐 수 있었다는...
기웃거릴 수 있었다는...
약간의 흔들림은 요람처럼 잠을 잘 잘 수 있었다는....
지루하다는 생각없이 배안에서 잘 쉬었다.
그리고
진황도에서 북경
북경의 왕푸정거리
꼬치들의 거리, 새우, 양고기, 번데기, 전갈.... 온갖 것들.
사람들이 무지 많더라.
관광객이 반, 아이들이 반으로 꽉찬 거리. 다른 동네보다 꼬치값이 두세배 비싸다.
그저 그 곳에 그렇게 쫙 늘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입이 되고 풍경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종각에서 종로 5가까지 잇는 포장마차들이 생각났다.
메뉴만 좀 추가하면 우리 것이 더 맛있는데....
북경 이화원의 인공호수라는 곤명호에서 좋단다.
몇 년만에 빙판에 서 보는거지.
쭐쩍쭐쩍 미끄러지면서 금방 갈라질 것 같은 얼음 위를 살살 걷는 스릴 좋았다.
이 넓고 큰 호수가 인공이라니 참 정신없는 사람이다.
이화원의 2/3이 호수이다.
북경 한 가운데에 그 큰 호수가 얼었고 그 위에 많은 사람들이 얼음을 지치고 걷고 즐기고 있더라.
나도 길을 버리고 담을 넘어 얼음호수를 건너기고 했다.
북경 여행 중 참 잘 한 일 중 하나였다.
빙판을 2.30분 걷는 일,
앞으로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기껏해야 한 두번이 아닐까 싶더라.
비록 신발과 옷은 진흙으로 좀 더러워졌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거래라는.....
천단공원... 인상적이었던 곳.
우리의 탑골공원처럼 참 많은 노인들이 있었는데, 이 나라 노인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온갖 도구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참 많은 노인들이 붓에서 물을 묻혀 바닥에 한시나 경구같은 것들을 쓰고 있었다.
물로 쓴 글씨들은 날씨탓으로 곧 얼음으로 얼고,
글씨들은 반짝거리는 얼음으로 꽤 오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철학적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제대로 잘난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같았다.
사람들앞에서 뭘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듯 싶었다. 이것도 대륙기질인가...
이 얼굴이 내가 생각했던 중국사람의 얼굴이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맞닥드린 얼굴, 헉 놀래며 한 장만 찍자고 손짓 몸짓 ...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을 그에게 보여주자 수줍게 웃었는데,
이 얼굴은 중국의 평균점을 만들어주는데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북경의 삐까뻔쩍함, 뽀다구남과 함께 이 남자같은 변방스타일을 합하고 털어서
중국의 현재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중국이다. 세상은 어디 하나 다른 곳이 없다는.....
만리장성에서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동서양.
이 두 사람을 멀리서부터 훔쳐보고 있었다. 수줍음의 절정인 두 사람, 사실 낯섬은 상대에 대한 설렘을 몇 배나 더 하게 한다. 한참 멀리서 두 사람을 보다가 사진 한 장을 찍겠다고 말을 건넸을때,
여자는 손을 가로로,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를 본 여자가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모니터를 보여줬더니, 두 사람이 모두 좀 놀라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형이라니... 가로 세로의 비율이 완전히 거꾸로 였다는...
동서양의 만남은 정반합을 떠올리게 한다.
정반합. 괜찮은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두 사람.
만리장성은 위성으로 보아야 제맛이겠다는.
해미읍성이 더 이쁠 것이라는
남한산성이 멋이 있다는
수원화성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만리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님 누구처럼 몇 년에 걸쳐 종주를 하던가. 진시황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으나 이거냐? 했다.
아 실감하고 싶었다.
감탄하고 싶었다.
그러나 들리는 한국사람들의 목소리,
싸요 싸요 .... 하고 말하던 장사치들의 목소리.
인천으로 돌아오기 위해 진황도로 다시 돌아온 어제 아침,
구두를 닦으면 그 사람들의 손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합법적?으로 볼 수 있다.
구두닦이나 수선공에게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 곳에서도 내 신발을 맡긴다.
그 사람들의 손과 도구들을 살핀다. 다른 스타일이다. 구두를 닦는 방법도 사용하는 도구도 다르다.
하지만 손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은 같았다.
곤명호에서 더럽혀진 부츠가 말끔해져서 구두를 닦아주신 중국아주머니에게 정말 기분좋게 돈을 지불했었다.
4위안, 5위안을 드리면서 그냥 가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1위안을 건네주시는 바람에 얼결에 받았다.
4위안이 바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믿고 살자. 기분좋으면 장땡이지.
우리 이런 적 있었는데.
겨울이 시작되면 마루 한 가운데 연탄난로 피워두고... 가스가 새지 않도록 은박테이프 붙이고,
현관밖으로 빠져나가는 연통에서 연기 잘 빠져나가게 하려고 이리 저리 돌리면서 구멍을 맞추느라
의자 위에 올라서서 한참을 실갱이했었던 그 때.
이른 아침 가게에서 빠져나오는 하얀 연통을 보는 순간, 저절로 웃음이 났다.
이 나라에서도 언젠가는 없어지겠지.
설렁탕? 혹은 국밥
식당 앞에더 모두 저렇게 국밥을 끓이고 있었다.
사실 먼지도 많을텐데 왜 밖에서 끓이는지, 그러지 말지... 그러다가도
저 하얀 김을 보면 먹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라. 저 청년의 손에 들린 검은 것!
저것이 행주라는 사실, 저 청년은 저 행주로 국밥 그릇 가장자리를 닦고 있는 중이다.
그러지 말지....
아무튼 몇 일동안 여행을 잘 다녀왔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끌려다녔다.
.
세상은 참 가지가지였다.
북경에서 가 보고 싶었던 몇 곳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건 담 기회로 미루고.... 중국 여행 중 무엇이 필요한 지를 좀 눈치 챈 것만으로 그 의미를 두고,
처음으로 한 패키지 여행, 그것도 내게는 경험이었다.
배로 만 하루를 이동하는 것도 좋았고,
만약 나에게 비행기 탈래 배 탈래 하고 묻는다면 난 배 탈래..... 그럴 것 같다.
지금은 다시 현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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