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 커피 한 잔 & 칠레산 포도주 한 자
차 한 잔이 필요했다.
술 한 잔이 필요했다.
날이 바뀐 새벽은 둘 다 필요한 시간이다.
이과수커피, 입 안으로 감기는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선명해진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과수폭포까지 마신다.
칠레포도주, 이건 중저가를 지향하는 나의 취향상 프랑스포도주보다 훨씬 보람차다.
굿바이소년이 손을 흔드는 안데스의 어느 산자락.
어쩌다보니 이 새벽에 난 그토록 원하는 남미에 살게 되었다.
두 개의 잔을 양 손에 들고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탁자에 놓자, 커피의 하얀 김이 포도주의 차가운 잔에 닿자 하얗게 수증기가 낀다.
커피의 김이 포도주 잔을 싸악 감싸는 것이다.
지금 양면이 되고 싶다.
나를 깨우기 위해 폭포 떨어지는 이과수 커피가 필요했고,
나를 풀어지게 하기 위해 안데스 따슨 햇살의 포도주가 필요했다.
동시에!
동시에 둘 다 필요했다.
두 개의 잔을 번갈아 들고 마신다.
하루에 수도 없이 커피와 포도주를 넘나드는,
결국은 둘 다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말이다.
두 개를 원하던 내 몸이 가상하다.
가상하다.
몸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긴장하던가
이완하던가
둘 중 어느 것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했다.
내 몸이 가상한 새벽, 믹스된 나는 자야할 것 같다.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 무지개꿈을 꿀까? 마추픽츄의 돌제단에 누워있는 꿈을 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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