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 아녀
천상병의 소풍과 닮았다.
마음 추종자인 천상병시인과 미학시인인 황지우시인의 시가 멀리서 서로에게 다가오고 있다.
마음의 출발이 땅이고 하늘이 다를 뿐이다.
황지우 시인은 이 시에서만은 땅에다 발을 심고 사는 나무인간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초록빛과 사랑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목표다.
생이 다할 때, 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러고보면,
초록빛과 사랑이기 위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의 몫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일단계.
초록빛을 찾아내는 스팩트럼 하나를 내 가슴에 채우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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