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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안현미] 곰곰

by 발비(發飛) 2006. 11. 6.

곰곰

 

안현미

 

주름진 동굴에서 백일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아니!

 

먹을 땐 입이 아리고

먹고나면 배가 아리고

 

몸에 좋으니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먹어. 먹어. 먹어.

 

나의 외할아버지는 1943년 3월 어느날 일기장에 쓰셨다.

 

"안해가 딸아해를 낳았다. 섭섭하다.

 남녀평등의 시대에 이게 무슨 망발인가(.......)"

 

그 때 외할아버지가 남녀평등하다는 세상에서 태어난 엄마는 나에게 말한다.

 

"몸에 좋으니 마늘을 먹어라.

아리고 쓰리더라도 먹으면 약된다."

 

마늘냄새가 진동을 한다.

마늘만 먹으면 배가 아파온다.

"아파."

 

먹어야해.

인간이 되어야지.........

여자로 태어난 뒤에도 마늘을 먹어야 인간이 된단다.......

인간이 되어야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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