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
"그냥 있어요."
"나와!"
"귀찮아요. 있을래요."
"까불지 말고 나와!"
"뭐 하시게요?"
"꽃바다 보여줄께. 나한테 고맙다고 할거야. 나와!"
"네."
그리고 그 분을 만났다.
그 분의 차를 타고 부천에 있는 원미산으로 갔다.
사실, 산이 아니라 언덕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정말 꽃바다였다.
진달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머리위에서 나폴거리는 꽃잎 따다가 김밥위에 척하니 걸쳐 먹는다.
김밥에 묻혀 진달래 꽃이야 무슨 맛도 뭣도 아니었지만,
꽃잎을 먹는다는 것은
무슨 신선이나 된 듯이 기분을 붕 뜨게 했다.
분홍진달래를 먹었다.
원미산에서 만난 하늘이다.
하늘을 일러 저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내 머리 위에 하늘이 있지만,
분명 하늘은 저 세상이었다.
멀리 잡을 수 없이 멀리 있는 저 세상이다.
저 멀리 저 세상에 나 사랑하는 이가 있는데...
저 세상은 참 멀고도 파랗다.
원미산 붉은 진달래 나무 아래 앉아 저 멀리 파란 저 세상을 마주 하고 있었다.
비행기 한 대가 저 세상을 가로 질러 이 편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세상과 이 세상을 이어주는 전령이다.
비행기가 아주 느리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있군!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벌레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지 말라고 하얗게 칠해 놓았을 것이다.
흙에서 나무를 보는 벌레에게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세상과 저 세상은 한 곳에 있으나
건너가지 못하는 곳이 아닐까 .
같은 공간이면서
그 곳에 담이나 벽도 없는데, 그저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많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옆집 612호도 저 세상이다.
베란다 앞도 내가 뛰어내리면 안되는 저 세상이다.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볼 수 없는 그가 있는 곳도 저 세상이다.
백화점 명품매장도 나에겐 저 세상이다.
그렇구나
어차피 저 세상이라는 곳은 여기도 거기도 있는 그저 살아가는 곳이다.
만약, 저 세상에 간 이 있다면, 슬퍼하지 말지어다.
바로 옆도 저 세상이니, 저 세상이 참 가까우니......
나도 그의 저 세상이니.
결국은 만나게 될 것이니....
꽃바다 진달래산을 다녀와서, 그 곳의 하늘을 보고 와서
꽃피는 이 곳과 저 멀리 하늘이 하도 멀어서 ...
하도 멀리 보이는 듯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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