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은 가벼워
황인숙
그건 난다는 것
날으는 길은 허공
(허과 공으로 길이 나다니)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시여.
땅 속 깊이 저는 꺼지나이다.
위로 난 길은 너무 멀어
저는 지름길을 찾나이다
그건 난다는 것
(허공! 거울에 비친 공허)
어쩌면 아버지,
받침대를 잃고 담쟁이 덩굴이
밑으로 자지러드는 건
뿌리가 그 곳에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시여,
나의 어머니, 뿌리
땅 전체가 뿌리이며 중력이며 그녀의 애정입니다,
그건 난 다는 것.
당신의 경멸과 그녀의 중력으로
아뜩한 허공으로 난 길.
공기와 나는 서로에게서 빠져나와
담백해지려고 서두른다.
날면서 나는 죄, 혹은 의식을 토해내고
끊임없이 나를 용서하고
세계의 운율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숨과 교체하고
날아오를 때 나는
내가 무거워졌나이다.
안녕, 아버지
빛처럼 가벼이
나는 터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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