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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황인숙] 추락은 가벼워

by 발비(發飛) 2006. 1. 14.

추락은 가벼워

 

황인숙

 

그건 난다는 것

날으는 길은 허공

(허과 공으로 길이 나다니)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시여.

땅 속 깊이 저는 꺼지나이다.

위로 난 길은 너무 멀어

저는 지름길을 찾나이다

그건 난다는 것

(허공! 거울에 비친 공허)

어쩌면 아버지,

받침대를 잃고 담쟁이 덩굴이

밑으로 자지러드는 건

뿌리가 그 곳에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시여,

나의 어머니, 뿌리

땅 전체가 뿌리이며 중력이며 그녀의 애정입니다,

그건 난 다는 것.

당신의 경멸과 그녀의 중력으로

아뜩한 허공으로 난 길.

공기와 나는 서로에게서 빠져나와

담백해지려고 서두른다.

날면서 나는 죄, 혹은 의식을 토해내고

끊임없이 나를 용서하고

세계의 운율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숨과 교체하고

 

날아오를 때 나는

내가 무거워졌나이다.

안녕, 아버지

빛처럼 가벼이

나는 터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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