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세요?
요즘도 엽서를 쓰는 사람이 있네요.
오늘 아침
엽서 한 통을 받았어요.
수신인 ; 저요
발신인; 가을, 바람, 억새
봉투를 열었습니다.(봉투안에 엽서가 들어있었거든요)
제주도 배경의 사진엽서가 들어있었지요.
엽서는 손느낌 좋은, 바삭거리는 종이로 만들어졌고,
이 가을같이 바삭거리는 종이위엔 갈대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두목악 주인이셨던 김영갑사진작가의 사진 전시회 엽서네요.
지난 3월에 전시회를 했었나보네요.
지나간 전시회엽서. 지나간 사람의 사진이 오늘 아침 엽서로 제게 왔네요.
엽서를 받아 본 것이 언제일까요?
휴대폰이 생기고, 메일을 쓰면서, 카드대금청구서까지 메일로 받고 있는 지금,
가을, 바람, 억새는 엽서에 끄적거리는 글씨로 내게 마음을 보냈네요.
발신자가 가을이어도 바람이어도 억새여도,,, 모두 다 여도
그래도 누군인지 알 수 있는 사람에게서 엽서가 왔네요.
우리 어느 땐 그렇게 보냈었는데...
이름도 없이, 그냥
"너를 지켜보는 내가..." 이럼서
"나 누구게?" 이럼서
"작은 악당"이럼서
"......"이럼서
"너를 사랑하는 친구" 이럼서
제대로 이름을 밝힌 적 없이 그렇게 엽서를 보냈었는데.
용돈 받으면, 우체국으로 가 관제엽서 잔뜩 사가지고 ,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색깔따라 보낼 사람 정하고... 그렇게 그림엽서로 만들고 나면, 우체통에 넣고 나면,
그저 답장이 오지 않아도 행복했었는데...
혹 우체부 아저씨가 던져놓은 편지 한통이 마당에 떨어져있으면,
마당가에 그대로 주저앉아 길지도 않은 편지를 읽고 또 읽고 그랬지요.
오늘 아침 내게 도착한 편지 한 통.
참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합니다.
어쩌면, 이 엽서가 내가 받을 수 있는 엽서의 마지막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10년동안 한번도 난 엽서를 받을 수 없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게 온 가을, 바람, 억새 참 좋네요.
그리고 고마워요.
이 가을에 엽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내가 참 대견합니다.
괜히 내가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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