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
한 판 쉬고 있다.
여름내 손님 접대로 제 몸 다 내어주다,
이제 산에게 그 손님들 다 맡기고 조용히 숨을 돌리고 있다.
보송보송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바다를 너무 사랑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어찌 아냐면,
이른 아침 경포대로 나갔다.
모래는 적당히 발밑을 감싸고, 파도도 적당히 제 높이를 다하고 있다.
하늘도 적당히 바다와 색을 맞추었다.
그 사이에 내가 끼어있다.
납작 엎드린 하늘과 바다 사이에 내가 끼어있다.
걸을만큼의 틈을 나에게 허락한 하늘과 바다... 딱 나의 높이로 하늘과 바다가 벌어져 있었다.
모래에 이는 파도.
맘에 이는 파도.
바닷 바위에 이는 파도
모래위에 이는 파도.
난, 모래인 듯 싶다. 누구는 바위이기도 한데...
쓸려갔다 밀려오고,
파도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옆에 있는 모래 붙들어봐도, 그래도 쓸려가고,
어느새 옆을 보니 또 제자리이고, 그럼 맡기지?
그런데도 다시 쓸려가려면, 난 옆에 있는 모래 잡으며, 안 쓸려가려 하고,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쓸려오는데 파도가 제자리로 데려다 주는데..
그런데도 불안해하는 모래,,, 그리고 나.
가만히 있으면,
저기 멀리 데리고 갔다가 다시 집으로 보내주는데, 난 파도가 올까봐 몸을 사린다.
아는데.. 그렇다.
촉촉히 젖어있다.
새벽바다, 모래, 파도
언제적 발자국일까?
어젯밤, 아니면 나보다 더 이르게 바다를 밟은 이의 발자국,,,,
저기 서쪽으로 갔구나...
바다고 가로 있는 발자국도 있구나..
상가쪽을 향하는 발자국도 있다.
난 어디로 가지?
뱅글 뱅글, 발자국으로 원을 그려놓는다.
혹 나처럼 지나간 이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그들의 방향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교란 전술을 펴는 것이다.
'뱅글 돌더니 제자리네,,, '
'이거 뭐야? 이사람은 어디로 간거냐?'
그렇게 사람들이 나를 궁금해하도록, 난 모래위에 뱅글뱅글 도는 발자국을 만들어두었다.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 모래 속으로 들어가버렸나봐!'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촉촉한 모래의 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파도가 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살갗으로도 들을 수 있겠지.
모래의 틈 속에 숨으면 참 편안하겠다.
누굴까?
해를 향해 카메라폰을 누르고 있는 사람은... 오늘을 기념하고 싶을걸까?
그는 왜 이 새벽에 바다로 나와서 해를 향해 사진을 찍는걸까?
난 왜 그를 찍었지.
사실 아니다. 나도 해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그저 찍힌 것이다.
해만 찍으려 했으나,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가 더불어 찍힌 것이다.
해를 찍는 마음.
이 해가 떠있을 동안 내게 비치는 해이기를 바라지 않을까?
난 그랬는데..
'해야... 오늘 내가 너를 마중나왔다.'
'나를 위해 오늘 너를 선물해 줘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
얼마나 밝을까? 얼마나 따뜻할까?
그날 해는 종일 내 머리위에 있었고,
더 많은 바다를 보여주었고, 꽃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저기 사진을 찍고 있는 그도 종일 따뜻하고 밝았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방파제 안과 밖
바닷물 소리를 가장 리얼하게 들으려면, 방파제 위에 서면 된다.
바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방파제 위에 서면 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방파제 위에 서면 된다.
발아래로 철썩이는 파도에 불안에 떨고 있는 나자신을 볼때면, 난 살아있음을 느낀다.
살고 싶어함을 느낀다.
방파제 사이로 차고 오르는 파도에 몸을 오그리며, 한 발 내딛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를 만나면,
내가 얼마나 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어느날, 언젠가는
방파제 위에 서서, 파도가 발아래로 쳐 올라도.
파도소리가 울려 몇 백배는 크게 내게 들려도,
'그냥, 파도야, 이건 소리야,' 하고 그저 듣고 볼 수 있기를..
그런 맘으로 살 수 있기를...
늙은이냐? 그러겠지.. 그래도 난 내 심장의 진동폭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심장박동수가 그저 쿵쿵 같은 박자로 뛰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느때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바다 색깔..
이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파랗게 변해갈 바다색...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난 파란 바다가 좋다.
그래서 2월의 바다를 가장 사랑한다.
아직은 초록이다.
이제 곧 시린 날이 올것이고, 시린날들은 저 바다를 코발트빛 바다로 만들것이다.
손을 넣으면 파랗게 물이 들것 같은 그런 바다가 될 것이다.
호호! 거리며 하얀 입김을 불어댈 바다.
12인숭 승합차 안에서 우리들은,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좀 더 필이 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다.
망양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테잎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뽕짝은 접수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러기엔 우리 멤버들이 너무나 감상적이어서...
80-90년대 발라드 곡들이 담겨진 cd다.
무슨 노래?
귀거래사. 최성수노래, 또 박강성노래, 또 조용필노래도 있었다... 그런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울진 망양 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바다다..
이 휴게소의 특징이라면, 해우소에 가서 앉으면 망망대해가 보인다는 것!
바다 방향으로 잘 선택해야 한다...
기다리더라도, 그 쪽이 죽인다... 멋지지 않은가? 해우소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그 시원함 ㅎㅎ
여기 이 바다가 그 바다다. 해우소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비슷하지 싶다.
바로 옆이니까..
우리들의 대장님,
12인승 뭐드라,,쌍용에서 나온 새찬데... R로 시작한다.
아무튼 그 차 힘이 좋더군요 10명을 태우고 짐 가득 싣고도 잘도 갑니다.
그 차 주인님 덕분에 우린 다시 바다를 더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바다로 내려가서
대장님이 교통벌금을 안내셔서, 검문소에서 멈추었다.
(사모님은 무지 미안해 하셨지만, 난 좋았다.)
그 일을 해결하느라, 갑자기 예정에 없던 길가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 분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풍광 멋진 바다가 끝내준다는 생각만 한다.
그 분의 일은 그 분이 해결하라고 내버려두고, 바다로 내려왔다.
이 바다는 돌들이 많은 바다다.
돌들이 단단하지 않아보인다.
그저 우리를 닮은 돌들이 바닷가에서 굴러다니며 언젠가 몽돌이 될 날을 세고 있었다.
아마 돌은 물러서(이건 단단하지 않다는 사투리다) 빨리 몽돌이 될 것이다.
물러서 빨리 몽돌이 되고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고 ,.... 빨리 순환할 것이다.
부드러워서 물러서 빨리 순환할 것이다.
버티지 않아서 빨리 순환할 것이다.
저 바위들이 사람이라고 치자.
저 파도가 세상살이라고 치자.
세상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른 강도로 사람들은 친다고 치자.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세상 파도를 맞고 있다고 치자.
큰 바위는 큰 파도를 맞으며 잘 버틴다고 치자.
작은 바위는 작은 파도를 맞으면 이리 저리 굴러다닌다고 치자.
큰 바위에게도 간혹 작은 파도도 온다고 치자.
작은 바위에게도 때로는 큰 파도가 온다고 치자.
파도도 바위도 그대로라고 치자.
큰 파도건, 작은 파도건 지들이 몰려 왔다가 쓸려간다고 치자.
바위는 크던 작던 좀 아프다고 치자.
파도를 맞을 때마다 아파서 몸이 점점 작아진다고 치자.
파도도 바위도 그럴 뿐,
계속 파도는 치고 바위는 그 파도를 맞고 그럴 뿐.
좀 아플 뿐...
그냥 그럴 뿐...
세상이라는 것은 그냥 그럴 뿐....
영덕군 중에서 영해와 축산과 영덕읍을 잇는 해안도로에 영덕 해맞이 공원이 있다.
사실 너무 빡빡한 일정때문에 저 아래를 내려가지는 못했지만,
사진 촬영지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발 잘 받는 곳.
이 곳은 바람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바로 뒷쪽으로 풍력발전소가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180도 몸을 돌리면 풍차들이 빙빙 돌고 있다.
바람, 풍차, 바다, 그리고 나무계단이 아름다운 곳,
때로는 자연사이에 인간의 손길이 덕지덕지 붙은 이런 공간도 이쁘다.
편리하게 만들어진 곳..
우아한 차림으로 절벽을 오르락 내리락해도 스타일 구겨지지 않는 곳. 그런 곳도 필요하지..
7번국도에서 바다는 항상 한쪽으로만 있다.
우린 내려오는 길이었으므로 항상 왼쪽에 바다가 있었다.
왼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참 이쁜 바다들이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촌,,,1 (0) | 2005.11.06 |
---|---|
북촌에서 만난 꽃들 (0) | 2005.11.06 |
1박4일,이른아침 경포대에서 만난 물새 (0) | 2005.11.01 |
1박 4일여행중, 풍력발전소 (0) | 2005.11.01 |
1박4일 길에서 만난 꽃들 (0) | 2005.10.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