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1.
마음이 떠나려면 이 정도는 되야 떠나는가보다.
우리는 세상에건, 자신의 삶에서건
보냈다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떠나보내지 못해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적어도 떠난다고 했으면
이정도는 되어야 정말 떠나는구나 생각되었다.
아름다운 세상...그의 이 아름다운 긍정이 차라리 차갑다.
이 세상에 대해서 아름다웠다고 말하지만, 완전한 객관이다.
자신이 섞인 곳이 아니라 구경한 곳으로 떼어내어버렸다.
떠나려면 이정도는 떠나줘야 떠나는 것이지.
미련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이 차가움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차가움,
결코 내 세상이 아니었다는 단절.
그가 이렇게 생각하기까지의 애닯았음이 몸으로 느껴진다.
징그럽도록 지친 사람은
사람에게도, 사랑에게도 생에게도 미련이 없는 법이라는데
징그럽게 지치고도 살아있어서
이젠 완전히 이 세상을 체념해버린 그래서 여기는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는 그림과 같이 아팠던 사람의 것들이 아픈 사람에게 위로를 준다.
내가 샤갈에게서, 피카소에게서 받을 수 없는 애잔한 마음을
고흐나 로트렉에게서는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천상병님의 시. 귀천
"결국은 그리 마음먹기로 하셨군요.
전 언제난 그리 마음 먹을 수 있을까요"
그 분을 만나면 물어보아야지.
그건 이세상에서 안되더라도 다른 세상에서 고쳐먹어도 그 삶이 달라지는건지.
그 곳에서도 삶이라는 것이 있는지...
2.
그리 하셨는지요.
아름다웠다고 말씀하셨더니, 옆에 계시던 분들도 그렇다고 말씀하시던가요?
아마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 계시는 그 곳은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모인 곳이 아닐까 하네요..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곳에 가서도 선생님같은 분들과는 같이 할 수 없겠지요.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미워했을테니까요.
미워하는 자들에게는 잘 해 줄 수 없는 거잖아요.
저처럼 뭐라고 내색하지 않더라도 속으로라도 세상을 미워했을거잖아요.
그런데 그 곳은
이 세상과는 달리 속으로 생각한 것도 다 아는 곳이라는데...
그럼 그 곳에선 다 들킨거잖아요.
선생님
혹시 그 곳에 계시면서도 가끔 내려다 보시나요.
아직도 이 곳이 아름다워보이시나요.
오늘은 유난히 더 세상이 짙은데.. 걸쭉한 세상인데 그래서 하얀 목련이 흐드러지고,
노란개나리가 이제 초록과 짝을 이루고은행잎들이 꼬물거리기 시작하는 맑은 봄날인데
왜 세상은 걸쭉하지요.
사무실 저 쪽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사무실의 공기들을 아래로 끌어내리듯
세상에 온갖 꽃들이 가득한데도 어디선가
걸쭉한 기운- 꽃보다도 더 걸쭉한 것들이 끌어내리는데..제가 잘 못 본 것인가요?
선생님 고향으로 돌아가서 보니, 소풍 떠나왔던 이 곳이 맑은 곳이던가요...
내려다 보시니 아직도 좋으세요?
뭐가 그리 좋나요?
선생님의 시에서는 아름답다 좋다 착하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좋으셨나요?
정말 그리 좋으셨다면, 오늘밤 저 좀 만나시지 그러세요.
제 꿈속에서라도 아름다운 세상 보는 법, 소풍을 즐기는 법 가르쳐주세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약이 있다면,
그 약을 먹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고 싶네요.
아름다운 것들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늘로 돌아가신 천시인님...
하늘이 어울리는 분, 천상병시인
오늘밤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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