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모닥불 외 1

한 편의 시가 듣고 싶다. 더워서....

그래서 고른 시인, 백석....

 

모닥불

 

白石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눍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수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게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여우난골족

 

白石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따라 우리집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新里 고모 고모의 딸 李女 작은 李女

열 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나는 살빛이 매감탕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마을 가까이 사는 土山고모 고모의 딸 承녀 承동이

 60리라고 해서 파랗게 보이는 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끔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 골 고모 고모의 洪女 아들 洪동이 작은 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은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빈디젓 으려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들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기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돠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리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ㄱ는 놀음 말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래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하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개 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랫복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서들이 욱적하지 홍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쿰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한참을 두드리고 나니 좋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먼 이야기 나라로 들어갔다 오는 느낌이다.

그냥 영화 한 편을 보듯이

tv 문학관의 한 장면을 보듯이 그냥 아무생각없이 두드리다보면, 휴가를 다녀온 듯 좀 가볍다.

더운 날은 더운 날인대로

추운 날은 추운 날인대로

한 편의 시를 두드리고 나면, 지금이 아닌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

시라는 것은 이야기가 아닐텐데, 난 시를 읽으면 드라마 한 편쯤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까?

마음대로 상상하고 생각하고 단정하고

시인은 이런 이런 일이 있어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주절거리는 것

생각하는 것.... 멋대로 생각하니깐 난 한 편의 시가 드라마 한 편이 된다.

아침 청소를 하고 땀이 뻘뻘나서 아무 생각도 없는데.

잠시 컴에서 둘러본 세상은 우아하기만 하고, 그럼 그 여유나 우아함이 부럽다.

그럴 즈음이면 난 시를 찾는다.

한 편의 시를 두드리고 나면, 마치 시집 한 권을 들고 우아를 떨고 있는 여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시는 유일한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도구일 것이다.

사치를 누리면 누릴수록 누리고 싶어지는 것이 많다.

옷을 갖고 나면, 보석이 갖고 싶고, 구두가 갖고 싶은 것처럼

한 편의 시를 읽고 나면,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싶고, 또 음악을 듣고 싶어진다.

자꾸만 사치스러워지는 나

그런 내가 좋기도 하고 감당치못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나를 물길에 맡긴다,.

흘러가보는거지.

결국은 눈을 떠서 내 발이 닿는 곳이 시궁창이더라도,

꿈꾸는 동안은 행복했다고 우기면 될 일이다.

 

백석의 시를 두드리고 나서, 난 평화로워졌다.

좋다.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