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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팍! 꺾은 날이다

by 발비(發飛) 2005. 7. 1.

일년을 팍 꺾은 날이다.

7월의 첫 날,

비가 무진장 내렸다.

빗소리에 맞춰 슈베르트 구테나흐트를 듣는다

(클래식 인터넷방송에서 틀어주었다)

피아노와 첼로와 빗소리....

한꺼번에 들리지 않았다.

마치 순서를 정한 듯, 번갈라 가며 각자의 소리를 내었다.

7월의 시작은 그렇게 했다.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 빗소리, 음악소리....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지 않고 그렇게만 살다가 이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난 밤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새벽 4시가 가까워 잠이 들었다.

알람이 울었는데도 캄캄하다.

이제 맘이 바꼈다. 자고 싶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잠만 잤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에게 그냥 잘 수 있는 행운만 있었으면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오늘 아침은 그렇게 잠을 원하는 아침이었다.

 

지금은 뭐하지?

간간히 빗소리가 들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고, 차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비오는 날은 그 모든 소리들이 가깝게 들리면서도

난 그 소리들과 멀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리가 잘 들리면 잘 들릴수록, 나와는 관계없는 소리가 된다.

지금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나와는 관계없는 것들의 소리가 된다.

오직 주인 없는 빗소리만 나의 소리다.

 

7월이다.

선명해지는 날일 것이다.

선명한 것의 극치인 달일 것이다.

최절정기. 이 7월이 지나고나면, 제 풀에 꺽일 것들...

마지막 한 바퀴를 남은 날,

내리막은 쉽다. 마지막 한 바퀴를 돌고나면 마구 굴러갈 것이다.

2005년이 꺾이고, 내가 꺾인다.

 

그렇게 팍! 꺾이는 날이다.

오늘이 아름다운 날이었으면 좋겠다.

내일밤에는 오대산으로 출발한다.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내리는 계곡의 물을 보려고 간다.

시원한 물소리를 원없이 듣고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한 날이  될 것이다. 물소리를 원없이 들을 일요일을 기대하며...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함께 할 이가 있다는 것은 더욱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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