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地上)
박제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별을 가지고 있다 잃어버렸다가도 다시 찾게 된다 개중엔 이승의 몸을 버리고서야 자기의 별을 찾기도 한다 어느 날 무심히 밤하늘을 바라볼 때 갑자기 한 줄기 불꽃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그대 곁의 어느 누가 또 보이지 않으리라 사람들은 누구나 별과 운명을 같이 한다 사람들은 그러나 별에 이르지 못한다 별은 언제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다 사닥다리를 뛰어올라도 움켜쥘 수 없다 피와 살의 무게가 사람들을 지상(地上)에 있게 한다 그것들을 버린다 해도 별빛이 너무 눈이 부시다 오늘밤은 별도 보이지 않고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먼 곳에서 한 줄기 등불만 몸을 떨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요즈음은 별을 보고 시를 쓰는 사람이나 노래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별을 보지 않으니깐...
별을 볼 수 없고 보지 않고 그러니깐 이제 별은 딴 나라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별을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간다.
달은 아무리 쳐다보아도 내가 되지는 않는다.
태양도 아무리 쳐다보아도 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별을 보고 있으면 별로 올라가 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별을 찾아보기도 한다.
별은 왜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도 남을 별이니깐 .... 그러고보면 인간들이 착한 것인가.
하나씩 밖에 없는 태양이나 달에게는 나의 것이라고 욕심을 내지 않으면서
수많은 별에게는 욕심을 부려보기도 하니깐 ...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좀 착하기도 한가보다...
노추산에 갔을때 참 오랜만에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보았다.
그리고 다 큰 어른들이 갔지만, 둘러앉은 사람들끼리 게임을 했다
이 자리에 같이 한 사람 중에 주고 싶은 별을 지정해서 주는 게임을 ...
난 이 세상에서 태어나 별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게임은 처음해보았다.
그냥 일부로 혼자서라도 나의 별을 만들어 본 기억도 없는데, 속으로 좀은 떨렸다.
장난삼아 하는 게임이지만 그것도 첫 경험이라고 별을 가질 수 있는 것... 참 묘하다.
난 내가 좋아하는 김윤아를 닮은 친구에게 별을 선물했다.
북두칠성 한 귀퉁이에 있는 약간 흐릿한 별로,,
그 별은 눈에 잘 띄지 않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세개의 별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세사람으로 부터 받았지만, 세개는 아니다. 아쉽게도...
남십자성이라는 별과 밤하늘전체와 또 무슨 별 하나...
그런데 단 하나의 별이 아니다. 나름대로 의미야 있었지만, 속으로 좀 실망했다.
전체보다는 하나가 좋은데... 어느 귀퉁이에 작은 별이라도 그렇게라도
아무런 의미없이 던진 말 한마디지만, 그 별을 보면서 내별이라고 우길 수도 있는 것인데...
그날 밤은 별을 가진 날이었고,
사람들이 별을 지목할 때마다 우리는 모두 일제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들도 우리를 쳐다보고 우리도 하늘을 쳐다보고. 그렇게 마주보고 있으면 반짝인다.
점점 더 반짝인다... 별을 보고 있으면 그 파란 빛에 나를 보태주고 싶다.
작고 빛나는 그 별에게 나를 보태주고 싶다. 언젠가 그 곳으로 올라가 보태어 주고 싶다.
작고 작은 내가 별이 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크고 선명한 어떤 것은 되기 힘들지만
작고 작아서 그냥 어느 한 귀퉁이에서 반짝이는 별들 틈에서 같이 반짝이며
하늘의 바탕색을 만드는 그 틈새의 하나...
여럿이 치는 박수소리에 내 박수소리가 묻어나듯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서 나도 반짝이고 있으리라. 티나지 않게 반짝이고 있으리라..
어느날 누군가 머리를 90도로 젖혀서 나를 쳐다본다면 난 눈을 피하지 않고 반짝여줄것이다.
그래서 그 낯선이가 나를 자신의 별로 삼겠다고 말 할 수 있도록 한 순간 반짝여 줄 것이다.
한 번도 누구의 짝이 되지 못한 나는
이 다음 하늘의 별이 되어 누군가의 조건없는 짝이 될 것이다. 별은 우리에게 그런 것이다.
조건없는 짝이 되어주는 것...
이제 우리는 별을 잊고 산다.
막연하게나마 짝을 만들어 살 가능성조차 잃어버린 우리들이 더 외롭고 공허한 이유가
이 하늘에 별이 없어서 일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게 별을 보고 온 지금 우연히 별에 대한 시를 읽었다. 제목은 지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이다.
지상에서 보는 별은 사닥다리로도 올라갈 수 없는 하늘이지만, 난 그래도 꿈꾸겠다.
노추산 밤 하늘에서 본 별들은 분명 주인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그런 별들이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별만이 하늘에 총총하다.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사람들이 보고 있다.
우린 별들을 본지 오래다.. 별들은 내려다본다. 파란 눈으로 내려다본다. 아름답다.
별들이 내려다 보는 하늘에 누워 난 별들의 손길을 받는다. 그 얇고 섬세한 손놀림을 받아본다.
황홀해서 눈을 감는다. 무수한 별들이 더듬어 내리는 손길이 황홀하여 눈을 감는다.
나도 언젠가는 하늘로 올라가서 별이 되리라. 그리고 누군가를 쓰다듬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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