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라는 시집이 있었던 것을 몰랐다.
우연히 발견한 이 시를 눈으로 읽다가...
소리를 내어서 읽었다, 내 소리에 내가 닭살이 돋았다.
얼마만큼의 내공이 쌓이면, 이런 시가 나올까?
내일 이시에 대해서 뭐랄지 난 모른다.
이 시를 소리내어 읽는 나의 소리는 감사하다였다.
인간으로 태어남이... 이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태어남이
그리고 만날 수 있는 운명이,
그리고 내가 소리를 내어 읽었던 그 순간을 ....
지금도 소리내어 읽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그럼 딴 짓하는 거 들키니까)
갑자기 시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시를 좋아한지가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주워듣는 시들이다.
시는 내맘대로가 가능하다.
산문들은 작가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난 그 틀에 들어앉으면 되는 느낌이라면
시는 마치 합작품같다.
시를 쓴 시인과 읽는 나의 합작품 그리고 하나를 더 보탠다면 시간
시인이 어떻게 시를 만들었건, 난 때로는 알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내 맘대로, 혹은 필이 꽂히는대로가 가능한 것이 시이다.
난 그래서 시를 읽으면, 마치 내가 시인이나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신경림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읽으며
가난해서 좋다. 그렇게 생각했다. 가난하지 않았으면 시를 읽지 않았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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