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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눈물

by 발비(發飛) 2005. 5. 9.

-눈물-

 

 

 

처음 그 분을 뵈었을 때

너무 자그마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싶었지.

내 팔을 그 분의 어깨에 올려놓으면,

팔은 내 어깨보다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고,

가만히 얹힐만큼 딱 그 키만큼였어.

아마 그 분의 연세가 70은 넘으셨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 분을 뵈었어 .

시를 배우시는 연세드신 분들의 모임에서...

그 분은 당신의 시를 낭송하셨거든.

몇 행을 낭송하셨을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난 좀 멀찌감치 있어서, 그 분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다만 들리는 소리로 그 분의 시를 들으리라 생각하였는데..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그런다.

 

난 속으로 생각했지.

설마...

설마... 우시고 계시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그 시낭송 사이로 그 분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요즈음은 뭐만 하면 눈물이 나네....하이구..."

 

그 분의 시는 참 젊다.

그 분의 시를 보고 아무도 그 분의 연세를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는 각각 다른 선물을 받아서-

 

짙은 숲에서 꾀꼬리가 뭐라고 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은경씨는 꾀꼬리가 노래한다고 한다

나는 꾀꼬리가 운다고도 노래한다고도 하지 않는다

꾀꼬리가 울림이 좋은 음성으로

동그란 구슬을 만들어 굴려 보낼 때마다 나는

뭐라고? 뭐라고?

꾀꼬리 소리에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음성응로

되묻곤 한다 그러다 나는 또

그래! 그래!]

알았어! 알았어!

이 화창한 날에

반갑다. 반갑다?

안녕. 안녕하냐고?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솜방망이꽃들이 노랗게 엎드린

숙종대왕의 발치에서.

 

 

언제쯤 재잘거리신 시일까? 재잘거림이 들리시죠?

이렇게 재잘거리는 할머니 시인을 보신적이 있나요?

 

난 이렇게 말하고 싶어.

그 분이 낭송하시던 시가 무엇인지 잘 듣지 못했는데,

난 마치 그 분의 시를 들은 것처럼.

그 분의 끊어지고 이어지는 그 음성을

기억난다.

마치 시를 들은 것처럼.

에리다.

 

 

삶.

그런 것일까?

60이 넘어 등단하셔서, 젊은, 유머넘치는 시를 쓰시던 분도

어쩔 수 없어 넘어가고 마는 씨름 한 판 같은 것일까?

삶이 그런 것일까?

그 분의 염색하지 않은 하얀 머리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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